‘대구문학상’ 추천을 접으며
‘대구문학상’ 추천을 접으며
  • 승인 2016.11.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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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욕심내지 말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온 나라가 지진이 일어난 시점부터 시작해서 국정농단사건만으로도 부족해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예상에서 빗나갔다고 불안해하는 이 나라가 불안하다. 힐러리가 당선되면 정책에 큰 변화가 없는데, 트럼프가 당선되었으니 당장 안보에 문제가 생겼다고 걱정이다. 거짓말 잘하는 ‘그녀’나 막말 잘하는 ‘그’에게는 애초 관심이 없었다. 1941년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칙령으로 시행되어 오던 황국신민(皇國臣民)학교를 줄인 국민학교를 해방이 되고서도 1996년까지 다닌 것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하는데, 미국 대통령이 문제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보호는 각자 알아서 하라’는 구호가 그리 틀린 말도 아니지 않은가. 미군이 주둔하면서 일어났던 약소국의 크고 작은 수치스러운 사건들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미국의 선거가 국제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들에게 맡길 수는 없다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다.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의 근원적인 문제는 기본에 충실하지 않는데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문단에서는 각종 문학상이 제정되기도 하고 시상하기도 한다. 대구문인협회도 예외가 아닌가보다. 마치 남의 얘기인양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남의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제3조의 1항에서 등단연도 제한을 둔다든지 2항의 대외문학상 수상자 제한을 두는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도 가지만, 제5조의 4항을 보면서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구문학상이 회원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왕성한 창작활동과 성과에 대한 업적을 기리는 상이 목적이라면, 각종 행사 참여도, 회원자격 보유기간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어서이다. 물론 각종 문학행사 참여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동참회원들의 수고로움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이에 맞는 ‘다른 상’을 제정하면 될 것 아닌가.

‘문학상’은 ‘좋은 작품’을 선정해서 수여하면 그만인데, 공적서, 이력서까지 첨부해서 사무실로 제출해야만 수상후보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작품을 추천하고 싶어도 저자를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지도 못한다면, 결국 추천을 받고자 하는, 이를테면 저자가 본인의 공적을 스스로 작성해서 추천자에게 서명을 받아 제출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쯤 되면 ‘작품성’은 둘째 치고 문인(文人)들 간의 인간관계(?)도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영향력 있는 작가 -소위 회장으로부터 심사위원으로 위촉될 만한- 와의 교류가 수상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그리 복잡하지도 않은 문학상 운영규정을 두고 어깃장을 놓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문학을 빙자해서 어린 여학생의 손목을 끌던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함부로 수상할 수 없는 상, 문학을 하는 이들에게 문학상이 가진 의미와 위상을 되짚어 보고 거기에 걸맞은 작품이 선정되어 자랑스러운 ‘대구문학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하다.

문학을 하는 이들의 기본은 무엇일까. 글을 맛있게 지어 독자들로 하여금 가슴과 머리에 감동의 포만감을 주는 ‘글상’을 차리는 일이다. 서두르느라 뜸을 너무 안들이면 ‘된 글’이 되고 너무 늑장을 부려도 ‘진 글’이 된다. 이 글이 ‘된 글’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허기가 지면 어떤 글도 남기는 것 또한 글을 쓰는 자로서 해야 할 실수가 아닐까 사료된다. 어쩌면 글 짓는 일보다 글대로 살아가는 일이 더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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