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김영란법도 무력화
최순실 게이트, 김영란법도 무력화
  • 강나리
  • 승인 2016.11.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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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음료수 한잔·밥한끼에
벌벌 떨었던 게 너무 우스워”
공직사회, 자괴감·무력감
경직됐던 분위기 점차 변화
고급 음식점 등 매출 회복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유명무실해지면서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장에게 직접 처리를 부탁할 정도로 김영란법에 공을 들였다. 부정부패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김영란법 제정을 촉구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법 위반 사례였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김영란법에 대한 기대도 산산조각 났다.

특히 김영란법 시행 후 납작 엎드렸던 공직사회는 자괴감과 무력감에 빠져있다. 몇 만원짜리 음료수와 떡 하나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수천억원을 불법으로 가로챈 이와 이를 묵인한 자들은 멀쩡한 현실에 김영란법 가액기준(3·5·10만원)을 수억원대로 상향해야 한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기초지자체 공무원 A씨는 “한 두달 동안 자식 보기 부끄러울 정도로 몸 사렸다”면서 “최씨 일당에게 김영란법이 적용됐다면 벌금만 수천~수억일텐데 고작 음료수 한잔·밥한끼에 벌벌 떨었던 게 얼마나 우습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지금같은 국가 위기 앞에서 김영란법의 당초 취지를 어느 때보다 명확히 다잡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한편 ‘오락가락’하는 국민권익위의 해석으로 지나치게 경직됐던 사회 분위기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양새다. 최순실 사태로 김영란법 실효성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한 데다 법 시행 초기 과도하게 몸을 사리던 분위기도 완화됐기 때문이다. 연말 특수가 맞물린 영향도 있다.

이에따라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 예상됐던 회원제골프장과 고가의 바(Bar)·고급 음식점 등은 일시적 매출 하락을 딛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 C골프장 관계자는 “접대골프 예약 때문에 주말 라운딩이 힘들었던 일반 회원들이 몰리면서 예약률은 꾸준한 편”이라며 “골프는 제 돈 내고 이용하는 마니아층이 두터워 김영란법 여파는 예상외로 미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성구 들안길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모(54)씨는 “김영란법 시행 후 처음에는 손님들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연말 분위기 때문에 법 시행 초반보다 매출이 20%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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