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와 거버넌스(governance=협치)
촛불집회와 거버넌스(governance=협치)
  • 승인 2016.12.12 09: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영호 논설실장
‘시민은 일류, 정치는 삼류’ 라는 말이 최근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 정치가 삼류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새로운 이론 개발도 없고 실천도 없는 탓이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집회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정치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되는 정치이론은 무엇이 있을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줄이고, 대의민주주의 단점도 줄이고 나아가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도움이 되는 이론이 있다. 바로 거버넌스이다. 거버넌스는 협치(協治)라고도 번역되며, 신공공관리론(新公共管理論)에서 중요시되는 개념으로서 국가·정부의 통치기구 등의 조직체를 가리키는 거버먼트(government)와 구별된다. 즉, 거버넌스는 지역사회에서부터 국제사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공조직에 의한 행정서비스 공급체계의 복합적 기능에 중점을 두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파악될 수 있다. 통치·지배라는 의미보다는 경영의 뉘앙스가 강하다. 거버넌스는 정부·준정부를 비롯하여 반관반민(半官半民)·비영리·자원봉사 등의 조직이 수행하는 공공활동, 즉 공공서비스의 공급체계를 구성하는 다원적 조직체계 내지 조직 네트워크의 상호작용 패턴으로서 인간의 집단적 활동으로 파악할 수 있다.

거버넌스는 1970년대 정부실패 현상에 대항해 1990년대 등장한 행정이론으로 신국정 관리 모형이라고도 한다. 기존 정부 관료제에 대한 부정, 독점적인 관료제 형태에 대한 반발과 더불어 정부가 최고의 공급자로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에도 반대하는 인식이 증가했다.

이에 1990년대 여러 주체들이 서로 신뢰를 가지고 서비스를 구축해 연계망을 만들어 나가는 행정을 중시하는 ‘거버넌스 이론’이 등장하였다. 이는 기존처럼 정부가 단독적, 독점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맺어 서비스를 주고받는 형태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함께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변화 통치방식을 말하며, 다양한 행위자가 통치에 참여·협력하는 점을 강조해 협치라고도 한다.

거버넌스는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변동은 사유화와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촉발되고 있다. 사유화와 규제 완화는 도덕적 임무를 지니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이익 창출 임무를 지닌 기업에 내어주게 만든다. 그 결과는 민주주의(democracy)를 기업관리주의(corporatocracy)로 전환하는 꼴이 된다. 거버넌스는 정부와 민간기업, 시민단체 등이 협력해 사회 전체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거버넌스는 정부혁신과 지방분권, 시민사회와의 협력으로 역량을 개발하고 세계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다.

요약하면,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으로 건설된 근대국가는 시장을 신뢰하고 국가의 역할은 최소로 줄여야 한다고 보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였다. 하지만 대공황을 맞으면서 시장이 실패할 수 있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기된 것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즉 큰 정부의 도입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정부의 비효율성, 즉 정부실패를 발견하게 되고 이를 개선,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의 모색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Jon Pierre와 B.Guy peters가 쓴 <거버넌스, 정치 그리고 국가>는 정부실패에 대한 대안으로서 거버넌스 개념의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행정 역할을 과거 노젓기 역할에서 방향잡기 역할로 변화시키고, 과거 비대하고 방만하게 운영되던 정부의 기능과 권한을 위로는 세계로 아래로는 지방정부에 이양해, 궁극적으로 정부 혼자의 행정이 아닌 정부, 시장, 시민사회가 주축이 되는 행정의 실현을 주장한다.

탄핵과 촛불집회로 대변되는 한국 정치상황에서 협치, 즉 거버넌스 만큼 이 사태를 풀어갈 지혜는 드문 것 같다. 그러나 협치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전제가 되어야 실천이 가능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