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 승인 2016.12.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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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소송지원 변호사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하지만 도덕률도 시대에 따라 변경되므로 법률 또는 허용되는 행위도 시대에 맞게 변화가 됩니다. 따라서 과거에는 허용되지 않았던 불법인 행위가 지금은 적법한 행위로 인정 되기도 하고 반대로 과거에는 적법한 행위가 지금은 불법적인 행위가 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법률의 제정 및 개정, 판례의 변경, 위헌결정, 시대 상황의 변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절도죄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것은 ‘남의 물건을 내것과 같이 사용, 수익, 처분하기 위하여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몰래 가져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동차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잠시 타고 돌려줄 생각으로 주인 몰래 자동차를 가져 나와 운행하다가 다시 그 자리에 세워놓은 경우에 이는 전통적인 의미의 절도에 해당할 수 없어 형법학자들 사이에 이러한 것을 ‘사용절도’라고 하여 절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많은 다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1995. 12. 29 형법 제331조의 2로 ‘자동차등 불법사용’이라는 조항을 신설하여 ‘권리자의 동의없이 타인의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원동기장치자전차를 일시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하여 과거 논란이 되었던 부분에 대하여 명확히 처벌하는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다만, 위 죄는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원동기장치자전차’라고만 하고 있어 예를 들어 휘발류로 작동되는 예초기를 주인 허락없이 몰래 가져와 사용하고 돌려주는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지가 여전히 문제됩니다.

음식물을 만들때 사용되었던 식품첨가물 및 식용색소에 대하여 과거에는 그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아 사용가능한 것으로 분류되었다가 최근에는 유해성이 밝혀져 사용불가품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용한다면 처벌되므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경우입니다. 식품첨가물과 관련하여 사카린의 경우 ‘허용 - 불허 - 허용’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2015. 2.경 수십년간 지속되었던 간통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과거 수십년 동안 불법행위로 취급되던 간통행위가 이제는 불법이 아닌 단순히 도덕적으로 비난만 받을 행위로 바뀌어 그때는 위법이고 지금은 적법인 행위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간통죄가 위헌결정으로 갑작스럽게 폐지된 것은 아니고 과거에는 간통행위가 확인되기만 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단 구속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선별 구속으로 처리하다가 최근 10년전부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구속으로 처리하여 사실상 처벌 정도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매우 약하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변화된 시대 상황에 맞게 위헌결정이 나게 된 것입니다.

또한 간통죄가 불법행위가 아닌 것으로 됨에 따라 배우자 있는자와 간통행위를 한 사람이 그 상대방의 배우자에게 손해배상의무가 있는지에 대허여도 ‘불법행위가 아닌데 어떻게 손해를 배상하느냐’는 이유로 논란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달리 과다노출죄는 시대상황의 변화보다 법조문 자체의 구조적인 결함, 즉 법조문 자체가 너무나도 애매하게 표현되어 있어 그 해석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어 2016. 11. 위헌결정된 것입니다.

국가의 재정 상태에 따라 과거에는 허용되었던 것이 현재는 허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믐날 깜깜한 밤에 길을 가던 행인이 시골길 난간이 없는 다리에서 다른 사람과 싸우다가 추락한 경우 1970년대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하였다면 ‘행인의 과실이 100%’라는 이유로 국가의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1990.대 이후에는 유사한 사건에서 ‘국가가 조명장치를 설치하고 난간을 허리 정도 되는 높이로 설치하는데 과다한 비용이 들지 않으므로 국가의 다리 시설 관리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추락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약 20% 정도 인정하게 됩니다.

위 재판을 담당한 재판장님 왈 ‘자기들끼리 싸움을 하고 국가에서 책임져야 하니 세상이 좋아졌네’라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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