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요? 물건이 안팔려예"
"설 대목요? 물건이 안팔려예"
  • 강선일
  • 승인 2009.01.2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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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긴급점검> (2)전통시장을 가다

“대목요, 실종된지 오래됐심다. 손님이 오면 뭐합니까, 물건이 팔려야지예.”

설명절이 다가오면서 재래시장이나 백화점 대형할인점을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은 늘고 있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경기침체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와 물가상승으로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고객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낮 시간 지역 전통시장인 서문시장과 칠성시장, 백화점 및 대형할인점에는 손님들을 맞기 위한 상인과 매장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물건을 이리저리 나르는 매장직원, 고객을 불러세우며 흥정을 하는 상인 등등 설대목 분위기가 물씬 풍겨났다.
설 대목을 맞아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은 늘었지만, 둘러보기만 할 뿐 물건을 사는 고객들은 그리 많지 않다. 사진은 영천시장 돔배기 가게.
김대식기자 deskm@idaegu.co.kr

불황에 실질소득 감소...흥정만하다 돌아서
추석때보다 매출액 뚝..."죽을 쑬 판" 푸념

하지만 고객들은 한참을 이것저것 물어보기만 했지, 막상 물건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고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30년째 서문시장에서 건어물가게를 했다는 조복선(65)씨는 “10년전만 해도 발디딜틈 없이 붐벼 대목 분위기가 물씬 났는데 지난 추석도 그렇고 이번 설에도 정작 팔리는 건 평상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찾는 손님이 늘었지만 흥정만 하다 가는 ‘진상’ 손님만 많아졌다”고 푸념했다.

주변 상인들 역시 “지난 추석보다 매출이 어림잡아도 20% 정도는 줄었다”며 “대목 장사가 죽을 쑬 판”이라고 거들었다.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30% 할인’ ‘5+1, 4+1, 3+1... 덤행사’ 등의 안내문을 내걸고 고객들을 맞고 있지만 쳐다보기만 할 뿐 막상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얼마 안됐다.

한 판매사원은 “한과나 견과, 축산류 등 비싼 상품은 안팔리고, 생필품 등 1만원대의 실용 선물세트가 많이 판매된다”며 “상품가격이 3만원을 넘으면 곧 바로 발길을 돌리는 고객들이 지난 추석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전했다.

동아백화점 황보성 홍보과장은 “신년 정기세일과 설대목이 겹처 전반적 매출은 10% 안팎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가 상품이나 기업특판 영업은 예년보다 크게 줄어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 역시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선물세트를 사러 온 주부 김보령(36·동구 방촌동)씨는 “재래시장이나 백화점을 둘러봐도 물건값이 너무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대충 사기도 그렇고 괜찮은 것은 가격이 비싸 어떡해야 하나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환위기 수준의 경기침체로 인한 서민가계의 실질소득 감소에다 물가상승 여파로 지역 실물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2008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3.4%까지 떨어지며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실제 소득수준을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소득도 5.6%나 줄었고, 실질소득 감소는 민간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소비 역시 4.8%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연평균 소비자물가는 대구 4.8%, 경북 5.3% 등 전년도에 비해 4.7%나 상승해 최근 10년내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또한 실물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5.4%,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는 4.2% 각각 상승했다.

다만 생선류 채소류 과일류를 대상으로 한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기보다 5.8% 하락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전월보다 4.2% 상승했다.

이는 1만원짜리 물건값이 지난해만 470원 올랐지만, 100만원의 생활비로 살아가던 서민가계의 실제 소득은 94만4천원으로 오히려 줄어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통계청 등의 관계자들은 “시장의 우려보다 경기침체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정도도 깊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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