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관리를 위한 의료기관 복장 권고문 유감
감염관리를 위한 의료기관 복장 권고문 유감
  • 승인 2017.02.0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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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대경영상의학과의원 원장
최근 정부가 감염관리를 이유로 ‘감염관리를 위한 의료기관 복장 권고문(안)’을 의료계에 배포해 의료계 안팎이 소란스럽다.

이 권고문에 따르자면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수술복 형태의 반소매 근무복을 착용하거나 재킷 형태의 가운을 입어야 하고, 나비넥타이 외에 다른 넥타이 착용은 피해야 한다.

시계 등 장신구 착용을 자제하고 머리 모양은 단정하게 처리해야 하며, 피부나 옷에 환자의 혈액, 체액, 분비물 등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을 때는 근무복 위에 일회용 ‘덧가운’을 착용해야 한다.

또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준수, 깨끗한 근무복 착용, 근무복 착용한 채 외출 금지, 입원환자 환자복 입은 채로 외출 금지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의료기관 종사자의 복장이 병원균의 전파경로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위험성을 강조하고 위생 수칙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항생제 내성 전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처 권고안을 작성, 배포하게 되었다고 권고안의 당위성을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은 의료인이라면 충분히 숙지하고 있고 이미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부분인데, 굳이 권고안을 통해 공고히 한다는 것은 행정 중심적인 사고의 산물이요, 과도한 처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의료인 복장과 병원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의료인 자체를 감염 매개체로 인식해 복장 등을 강제하는 것은 인권침해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지금 의료계는 어렵고 힘든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다. 필자가 지난번 지면에 다룬 ‘설명의무법’ 등 의료계를 옥죄는 처벌 일변도의 의료관련 법령 개정안의 홍수에, 경제 침체의 여파가 진료실에까지 영향을 미쳐 의료계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 의사의 복장과 두발까지 규제하겠다는 이번 권고안을 의료계가 반갑게 환영해 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의료계의 강한 반대에 직면하자 정부는 권고문은 권고하는 내용일 뿐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다며 급히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논란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은 권고의 수준이라고 해도 결국 처벌 위주의 강제 법령으로 전환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인 복장 규제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가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로 겨우 무산된 것을 상기한다면, 의료계의 걱정이 과연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한 걸까.

설마가 현실이 되는 황당하고도 치명적인 경험을 여러 차례 겪은 의료계는 시름이 깊다. 지금도 의료기관에서는 병원감염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과 진료를 다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무시하고 의료인을 감염 전파의 통로로 인식하여 법률로써 강제화 시키는 것은 의료계를 보건의료의 파트너가 아닌 감시와 제재의 대상으로 보는 정부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만일 정부의 변명대로 단순히 의료기관 종사자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함이라면, 의료계와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후 발표하였어야 했다.

근본 취지가 무엇이든, 현실이 어떠하든 간에, 정부의 결정에 군소리 없이 무조건 따르라는 독선적인 행정 자세는 새해가 되어도 변하지 않았다.

의료 현안 발생에 따른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수립, 의료계의 반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언제쯤 그만둘 것인가. 연초가 되면 올해는 뭔가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겠나 하는 희망을 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나 하고 실망 하는 바보짓을 매해 반복해왔다.

이번 ‘감염관리를 위한 의료기관 복장 권고문(안)’은 올해도 정부의 의료 정책 기조는 변화 없으니 쓸데없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으라는 친절한(?) 안내문으로 받아들여져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획일화된 제복과 두발은 중, 고등학교, 군대의 경험으로 충분하다. 필자는 나이가 들고 사회인이 된 지금 그런 경험을 다시 권고 받는 것은 절대 사양임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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