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아파트 마련, 11년 꼬박 모아야”
“전세아파트 마련, 11년 꼬박 모아야”
  • 승인 2017.02.12 11: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금 상승, 주거비 못 따라가…청년층 임금 인상 필요
오는 4월 꽃다운 봄의 신부가 되는 B(30) 씨는 설레는 마음 한편에 딱딱한 돌처럼 턱하고 걸리는 구석이 있다.

결혼식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신혼 보금자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장을 따내고 24살부터 서울에서 회사원 생활을 시작했다. 본가가 지방이라 어쩔 수 없이 따로 나와 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 탓에 월급을 쪼개 빡빡하게 생활해도 통장에 올라가는 숫자는 턱없이 부족했다.

예비 신랑도 서울 소재 회사에 다니는 터라 출퇴근을 고려해 서울 외곽에 신혼집을 구하기로 했다.

두 사람의 예금을 합쳐보니 집을 구매한다는 선택지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전셋값을 전부 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B씨는 “돈이 모자라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하지만 대출 한도가 높지 않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전셋값 3억원 이하가 기준인데 이 가격대 물건이 나오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고 한탄했다.

B씨는 “대출 기준을 웃도는 물건은 오히려 물량이 넉넉하다”며 “결국 우리와 같이 버팀목 대출을 받지 않으면 전셋집조차도 구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라고 한숨을 쉬었다.

B씨처럼 청년이 스스로 일해 번 돈으로 서울에 전셋집을 마련하는 데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으로도 세월이 모자라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 평균은 4억200만원이었다.

같은 해 통계청 가계동향 기준 20대 가구주 가구의 연평균 소득(이하 연평균 소득)은 3천650만원이었다.

20대가 가구주로 있는 가구가 서울 지역 전세아파트를 얻으려면 11년 동안 가족 구성원의 모든 소득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집을 장만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집을 2년 빌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주로 결혼을 하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이 돼도 전셋집을 얻으려면 빚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12년 전인 2003년 5.72년(전셋값 평균 1억5천480만원, 연평균 소득 2천710만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더 일해야 안식처를 장만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국 평균으로 넓혀보면 2015년 6.23년(전셋값 평균 2억2천740만원)으로, 12년 전인 2003년 3.41년(전셋값 평균 9천220만원)과 비교하면 역시 2배 가까이 소요 시간이 늘었다.

청년의 주거문제가 악화한 요인으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과 함께 제자리걸음을 걷거나 심지어는 하락하는 청년 소득 악화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대 연평균 소득은 최근 10년 사이에만 총 4번 전년 대비 하락했다. 2006년 -0.93%, 2010년 -1.38%, 2014년 -7.27%, 2015년 -5.82%를 기록했다. 하락 폭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반면 서울 기준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2004년(-1.75%), 2008년(-2.69%) 두 번에 불과했다.

오히려 2015년(17.82%), 2013년(12.99%), 2011년(11.37%), 2010년(10.32%), 2009년(14.14%), 2006년(14.45%) 등 여섯 차례 10% 이상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홍석철 교수는 “임금 상승보다는 물가상승이 더 가파르다는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따라서 전셋값을 통제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주거 또는 저리 대출이나 장기 임대와 같은 주거비 지원을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임금을 높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