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생 흙 읽으며 사셨던 울 어머니
계절의 책장을 땀 묻혀 넘기면서
호미로 밑줄을 긋고 방점 꾹, 꾹, 찍으셨다
꼿꼿하던 허리가 몇 번이나 꺾여도
떨어질 수 없어서 팽개칠 수 없어서
어머닌 그냥 그대로 호미가 되셨다
◇문무학 = 1982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1988년 시조문학문학평론 추천
시조집 <가을거문고> <설사 슬픔이거나 절망이더라도>
<눈물은 일어선다> <달과 늪> <벙어리뻐꾸기>
<풀을 읽다> <낱말>
현대시조문학상, 대구문학상, 유동시조문학상,
대구시조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이호우시조문학상,
대구광역시문화상(문학부문) 수상
대구문인협회장, 대구시조시인협회장, 영남일보 논설위원 역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대구광역시 연합회장
대구문화재단 대표 역임
<감상> 요즈음의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는 볼 수 없는 감정들이 옛 어머니의 따뜻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가슴을 울린다. 평생 흙과 함께 일체가 되어 사신 어머니, 그 세월이 꼿꼿하던 어머니의 허리를 호미로 만드신 것이다. 하지만 자식들을 생각하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밭에 엎드려 호미로 흙을 일구었던 그 힘든 일 가운데서도 행복했을 것이다. 이 세상 어떤 향수보다 그 옛날 맡았던 진한 흙 내음이 그리워진다. ‘호미로 그은 밑줄’은 읽고 또 읽어도 오랜 감동으로 남아 지친 맘과 몸을 치유할 수 있는 고향의 흙 내음이 그대로 느껴져 오는 듯하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