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합오결(四合五結)
사합오결(四合五結)
  • 승인 2017.02.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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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정치·경제 데스크)
‘정권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바꿔야 한다.’ 반기문 전 총장이 대권 불출마를 선언할 당시 함께 남긴 말이 좀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권력을 잡기위해 온갖 수단과 방식을 동원해 종내는 ‘본연의 모습’마저 잃고 마는 작금의 정치인들을 향한 쓴 소리 일 것이다. 본연의 모습이란 모든 정치인들이 정치계에 입문할 무렵 저마다 가지고 있었을 순수한 열망과 구국의 신념들이다.

‘정권잡기’라는 목표 아래 어느덧 초심은 변색이 된다. 당리와 당략, 갖은 음모와 모략으로 점철된 도가니 속에서 결국 순수했던 열망들은 짓이겨져 버린다. 내 나라를 위해, 내 삶터를 위해 순수하게 부르짖었던 많은 구호가 어느 순간 피치못할 정황에 의해 변하고야 말 때, 많은 사람들은 ‘실망’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최순실의 변호를 맡고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지난 90년대 중반 즈음 대구지검 제2차장 검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정치와 사회전반의 모습을 진단하면서 “‘사분오열(四分五裂)’은 안된다, ‘사합오결(四合五結)’이라야 이 나라가 산다”고 말했다. 지금 그가 맡고 있는 변호가 사분오열의 한 자락인지, 사합오결로 가기위한 한 걸음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적어도 이 시대의 대한민국은 철저히 사분오열 되고 있다.

그러니 되는 일이 없다.

이념 따라 갈리는 정치권의 모양새에 맞춰 국민들도 좌와 우로 갈라지고 있다. 갈가리 찢겨 무슨 큰 일이라도 보아야만 진정이 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사분오열은 범위를 축약해 대구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대구공항 문제다. 통합이전이냐, 민간공항 존치 및 군공항 이전이냐를 놓고 대립이 심각하다. 대구시와 구·군, 정치권과 시민단체, 각 언론 등에서 저마다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여론이 모이지 않으니 대구의 앞날을 크게 살릴 대구공항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 대구시는 지역 일각에서 통합이전 반대의견이 나오자 부랴부랴 불을 끄려는 모양새 였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남부권신공항이 제3의 장소인 김해공항으로 결정됐을 당시 대구시는 무슨 특위를 꾸려 왜 거기로 정해졌는지에 용역결과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했지만 예산을 들여 실시한 검증결과도 아직 내놓지 않았다. 엊그제 모 지역방송 토론에서 권 시장이 김해공항 용역검증 결과를 국방부에서 이전후보 예정지를 발표하면 그때야 공개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래서 권시장이 작년 10월 베트남 순방 당시 청와대의 모 실세로부터 이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말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권영진 시장의 초심은 무엇인가. 비록 안동에서 나, 잠시의 학창시절을 대구에서 보낸 뒤 서울 등 수도권에서 많은 일상을 보냈지만 결국 ‘대구가 고향’이라며 고향의 발전을 위해 한 몸을 투신하겠다는 의지로 시장에 당선된 사람이 아닌가. 그의 초심은 ‘대구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고향의 발전이란, 고향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고향의 모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권시장은 고향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 내가 끌고 가려는 것이 아닌, 시민들이 원하는 대로 시정의 물꼬를 트는 시정을 펼쳐야 한다.

비록 나의 처지와 지금의 정황은 그렇지 않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시정방향의 우선은 ‘대다수 시민들이 바라는 대로가 되도록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내가 이렇게 하려하니 따라오시오’가 아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내가 그렇게 되도록 바꿔보겠습니다’가 맞다.

그런데 작금의 대구공항은 ‘내가 이렇게 하려합니다. 이게 맞습니다. 시민 여러분, 응원해 주십시오’이다. 실은 ‘이런 방법도 있지만 시민 여러분은 무엇을 원하십니까. 귀 기울여 그렇게 되도록 해나가겠습니다’가 맞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순수한 초심으로 정치의 논을 가꾸고, 법관은 법과 원칙, 그리고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하고, 특검은 한 치의 정치적 편향 없이 공정하게 수사하고, 시장은 대다수 시민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귀 기울여보고, 그렇게 해야 맞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국회를 버리고 거리로 나서 법관을 여론으로 겁박하고 검찰이 정치적 재단으로 공정을 훼손하고 법관이 법과 원칙이 아닌 것에 떠밀려 양심을 버린 판단을 만약에 한다면, 대구시장이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을 생략하고 자신의 시정방향을 설명 하는데만 만약에 치중한다면 이것은 물줄기를 강제로 트는 일이 된다. 이런 일들은 결국 사단이 나게 되어있다. 사합오결이 아닌, 사분오열의 지름길인 셈이다.

멋진 정원을 가꾸기 위해 부지런히 잡초를 잘 솎아내는 일이 유권자들의 몫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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