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개와 늑대의 시간
  • 승인 2017.03.0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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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연구소장
방송을 보다가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말을 알게 됐다. 그냥 드라마(MBC 수목드라마) 제목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인터넷으로 통해 검색해보니 그 의미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그래서 오늘은 개와 늑대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말이 뜻하는 의미는 ‘뭔가 분명하지 않고 불투명한 상태의 시간’을 의미 한다. 이 말은 늑대가 많은 지역에서 유래된 말로 해가 질 무렵 희미한 어둠속에서 눈앞에 사물이 제대로 분별되지 않을 때를 말한다. 마치 뿌연 안개가 가득한 새벽,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근방 2~3M 정도만 확인되는 상태이다. 그런 희미한 실루엣만 확인이 되는 이런 안개 속 같은 시간에 몇 발짝 앞에서 자신을 향해 어떤 짐승 한마리가 다가온다. 하지만 짐승의 형상만 희미하게 보일 뿐 그 녀석이 자기가 기르던 개인지, 아니면 배고픔에 굶주린 늑대인지, 그것조차 구분 안 되는 그 시간이 바로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해가 뜨기 전 밤과 낮이 함께 공존하는 시간, 해가 지기 전 낮과 밤이 함께 공존하는 시간, 앞에서 다가오는 사람이 적인지, 아니면 내 편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모호한 시간이 바로 그 시간이다.

만약 이런 개와 늑대의 시간이 우리 삶 앞에 닥친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지혜로울까, 늑대일거란 판단을 내리고 빠른 걸음으로 도망을 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늑대는 아닐 거라는 판단으로 정확하게 확인될 시간까지 믿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일까, 어떠한 판단이 옳은 판단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 삶에도 무시로 이런 ‘개와 늑대의 시간’이 찾아온다.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떠한 결론을 내려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행동의 선택에 따라 나에게 주어지는 결과는 실로 크다. 하지만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누구한테 맡길 수도 없고 누구한테 책임을 지울 수도 없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과 같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개와 늑대의 시간을.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마치 개와 늑대의 시간과 닮았다. 무언가 명확하지가 않다. 그래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사람을 마냥 기분 좋게 받아 줄 수 만 없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그 사람이 나를 헤칠 사람인지 아니면 나에게 도움을 줄 은인(恩人)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를 헤칠 사람이란 생각으로 미리 도망을 가야 할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나는 평생 겁쟁이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기에는 인생이 짧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앞에 있는 희미한 실루엣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인 되려면 좀 더 기다리든지, 아니면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나는 후자를 택하겠다.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다가가 확인을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 내게 요구되는 것이 있다. 만약 앞에 있는 사람이 나를 헤치는 사람이라면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길러두어야 한다.

그 사람이 한방을 치면 그걸 막아 내든지 아니면 두 방을 되 갚아주는 힘이 있어야 한다. 준비 되지 않은 용기는 만용일 수도 있다. 준비 없이 섣불리 다가가는 것은 항상 무리다.

그리고 다른 방법 하나는 그 사람의 가면을 빨리 벗겨내어 그의 민낯을 미리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그 사람을 무방비 상태로 만든다. 사람의 진짜 모습은 힘을 가졌을 때 나온다. 그래서 힘을 가진 사람은 굳이 가면을 쓸 필요가 없다. 그가 가진 힘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힘을 펼칠 수 있다. 가면을 벗기기 위한 방법은 바로 이것인데 잘 해주는 것이다.

그를 갑(甲)으로 만들어 주고 그가 “저 사람(나)이 힘이 없고 내(그)가 힘이 있구나”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알아서 가면을 벗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민낯이 드러난다. 좋은 사람은 그가 힘을 가졌을 때 더 좋은 사람이 된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잘 해주는 사람에게 더 잘 해준다.

그 사람은 친근한 개와 같은(어감이 좀 그렇지만) 사람이다. 반면 포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약자를 우습게 생각하고 얕잡아 보기 시작한다. 그는 당신을 헤칠 늑대 같은 사람이다. 고로 그를 자연스레 멀리 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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