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하기에…아픈 실화, 슬픈 공감
잊지 말아야 하기에…아픈 실화, 슬픈 공감
  • 김성미
  • 승인 2017.03.09 22: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년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경찰의 강압적 수사와 폭행으로
10년간 옥살이 당한 15세 목격자
현대 사회의 어두운 민낯 재조명
위안소로 끌려간 14살 소녀 둘
역사적 사실 다룬 ‘귀향’과 달리
참혹했던 일상과 상처 중심 표현
독립유공자 생활고 문제도 다뤄
재심
현우(강하늘)가 바다에서 절규하고 있는 모습.

◇재심

“15년 전 대한민국 사법부가 한 소년에게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여기에 서 있습니다.”

공중파 SBS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해 여러 TV 채널에서 다뤄진 한 소년의 억울한 사건이 김태윤 감독을 통해 영화로 탄생됐다.

민주주의가 도래했던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전라북도 익산시 영등동의 약촌 오거리에서 일어난 택시 기사 살인사건에 경찰들의 강압적 수사와 폭행으로 유일한 목격자였던 15세의 한 소년(현우)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채 감옥에서 10년을 보낸다.

돈 없고 빽 없는 준영(정우)은 창환(이동휘)의 회사 대표이던 필호(이경영)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무료 변론 상담 봉사를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된 현우(강하늘)의 사건. 돈과 명예, 유명세를 한 번에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직감’을 하게 된 준영은 이 사건에 파고든다. 사건을 맡으면서 현우에게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게 된 준영은 변호사로서의 사명감에 불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진범과 현우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증인을 찾는다. 하지만 동기인 창환의 배신(?)과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검사의 외압 등에 재심을 위한 준비는 봉착되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재구성되면서 관객들의 분노와 관심을 사기 충분한 영화다. 이미 개봉전부터 ‘약촌오거리 택시 기사 살인 사건’이 재조명될 만큼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경찰과 검찰, 사법부는 진정 국민을 대변하는 기관일까. 국민을 위한 법은 돈과 권력, 명예를 가진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의문이 지배적이다. 21세기에도 출세를 위해 강압적 수사와 폭행을 일삼는 경찰, 뒤를 봐주는 검찰이 실재했다는 것이다. 특히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누가 악역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경찰이라고는 하지만 누가봐도 ‘조폭’같은 인상을 주는 철기(한재영)의 등장은 마치 70~80년대 시대 형사들의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유일한 목격자로 나선 한 시민이 철기의 방해에 따라 도박과 성매매 혐의로 체포되고, 살인사건 당시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수정(김연서)이 증인 출석에 거부 의사를 밝히는데…. 과연 준영과 현우는 재심 청구에 성공할 수 있을까.

눈길
거짓 정보에 속아 일본 정신근로대에 지원한 영애(김새론).

◇눈길

“난 한 번도 혼자인 적 없었다. 네가 있어 여태 내가 살았지.”

영화화를 예고하며 2015년 KBS1 TV 특집극 2부작으로 방영돼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이나정 감독의 영화 ‘눈길’이 지난 3월 1일 역사적인 날 개봉됐다.

194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운명을 달리한 두 소녀 종분(김영옥, 어린 시절 김향기)과 영애(김새론). 부잣집에서 자라 똑똑하고 예쁜 영애를 부러워하는 가난한 집 딸 종분은 내심 영애를 동경한다. 그러던 어느날 영애가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근로정신대로 일본으로 떠나고, 비슷한 시기에 종분도 의문의 사내들에게 납치당하게 된다. 이 둘은 만주행 열차 안에서 재회한다.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영애는 절규하고, 열차 안 소녀들은 그제서야 현실을 깨닫게 된다. 이후 14살의 어린 두 소녀는 일본군에게 농락당하며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지옥같은 생활을 보내며 하루 하루를 버틴다.

달랐던 두 소녀의 운명이 같은 상황에 처해지면서 서로 의지하지만, 영애는 비극적인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아찔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치욕했던 시절 일제강점기. 그 참혹했던 시절 어린 소녀들은 이겨낼 수 없는 현실에 마주해야 했다. 이 영화는 역사적인 아픔 보다는 영애와 종분 두 인물이 일본으로 끌려가면서 겪어야 했던 아픔과 상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위안부라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위안부 소녀로 살아야했던 일상 자체에 주목, 사실적인 표현을 담아냈다. 특히 과거 위안부 시절과 교차돼 나오는 현 시대에서 종분은 옆집 은수(조수향)를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는데…. 역사적 사실을 다룬 ‘귀향’과 다른 느낌을 주는 영화 ‘눈길’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꿈을 매개로 과거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현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자기반성에 무게를 두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로 풀어내고 있다. 또 독립유공자들이 겪고 있는 생활고 등 사회 전반에 걸쳐진 시사적인 메시지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여기서 조선까지 꼭 같이 가자!” 집으로 돌아오는 그길 ‘눈길’. 서로 위로하고 위로 받은 두 소녀는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