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풍경이 주는 따스한 감동
동화같은 풍경이 주는 따스한 감동
  • 박상협
  • 승인 2017.03.0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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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배현희 초대전
내달 23일까지 더 이수샵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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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을 그리는 배현희 초대전이 더 이수샵갤러리에서 4월 23일까지 열리고 있다.
회벽에 빨간 지붕을 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초승달과 네잎 클로버가 하늘 위에 두둥실 떠 있다. 초승달에는 토끼 대신 사랑스러운 소녀가, 마을 주변에는 꽃과 풀들이 싱그러움을 더한다. 화가 배현희의 ‘달빛마을’ 연작이다.

배현희 초대전이 더 이수샵(TH ELEESOO#) 갤러리에서 최근 시작됐다. 전시에는 ‘달빛마을’ 연작과 ‘죽림(竹林)’ 연작 등 대표작이 소개되고 있다.

작품들은 언뜻 보아도, 자세히 보아도 평화롭고 사랑스럽다. 심오한 철학 따위는 애초부터 배재됐다. 그래서인지 전시 제목도 ‘여기가 행복이다(Here is happiness)’다.

“그림이 동화같다”고 하자 배현희가 ‘행복한 그림론’을 꺼내며 눈을 반짝였다. “그저 재미있고 행복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잖아도 힘든데 심오한 철학 같은 것은 더 머리만 아플 뿐이죠.”

동화같은 전원 풍경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출발했다. 유년기 경북 의성의 시골집 평상 위에서 4형제가 누워 바라본 밤하늘 달과 별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그녀 삶의, 예술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시골에서 산으로, 들로 다니며 흙과 함께 성장하고, 별과 달을 보며 감성을 키웠어요. 달을 바라보면서 어린 생각에 꽃과 나무를 심어주고 싶다는 상상의 나래도 펼쳤죠. 그렇게 어린시절부터 제게는 달이 행복의 상징이 됐어요.”

행복한 그림을 그려 온지도 벌써 10년. 초기에는 원색의 비구상과 두터운 마티에르 질감, 다양한 꼴라주의 활용 등을 구사하며 자유분방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파스텔톤과 구상으로 변화해 갔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결혼 이전보다 더 화사해진 것.

“결혼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안정’이 되었어요. 하지만 남편 내조와 두 아이 육아를 하면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전쟁 이었어요. 늘 부족한 시간으로 작업에 목말라할 수록 그림은 더 행복한 느낌으로 가고 있었어요.”

심오한 철학은 배제한다고 했다. 하지만 본능적인 문제의식은 어쩌지 못한 것 같다. 동양화의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전혀 다른 화풍인 ‘대나무’ 연작에서는 파쇄지를 캔버스에 깔고 망사천을 덮은 위에 대나무 숲을 그렸다.

작품 ‘내 마음의 그릇’ 연작은 계란판의 재활용이다. 계란판을 물에 불려 종이처럼 허물허물한 형태로 변형해 여백으로 깔고 그림을 그린다.

버려지는 재료의 재활용을 시도하고 있는 이 두 연작은 환경문제의 환기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정작 작가는 ‘재미’를 언급했다.

“행복한 그림을 그리면서 저 자신 행복하지 않으면 그건 이율배반이죠. 작품을 하는 순간만큼은 재미있게 하려고 합니다. 재활용 재료들은 재미의 촉을 건드린다고 할까요?”

최근 그녀의 재미를 잡아끄는 작품은 ‘오늘도 꽃끼오~’ 연작이다. 꽃잎 송이 송이가 화면을 장식하고 그 사이를 닭들이 유영한다. 하트와 네잎클로버도 등장한다. 사랑과 행운과 복과 행복의 상징들이 그야말로 하나의 화폭에 그득하다. “예술가가 다 그렇겠지만 저도 분출해야 할 끼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작업도 다양한 방향으로 하고 있죠. ‘오늘도 꽃끼오~’ 연작도 그 중 하나죠.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을 통해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싶어요.” 전시는 4월 23일까지. 053-627-0123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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