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행정구역 통합과 국회의원의 대승적 자세
<대구논단>행정구역 통합과 국회의원의 대승적 자세
  • 승인 2009.11.2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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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진행 중인 큰 프로젝트들이 이런 저런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 그 성공 여부에 우려를 갖는 이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행정구역 통합, 이 중에는 전 정권이 대못을 박아 놓은 것도 있는데 너무 깊이 박아놓은 못을 뽑으려니 얼마나 힘이 드는지 보는 이들조차 용이 쓰인다.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으므로 여기서는 행정구역 통합문제만을 짚어보려고 한다. 행정· 정치권에서 현재 230개의 시· 군· 구를 통합, 70여개로 만들어야 한다느니 광역도는 없애야 한다는 등 여러 말이 분분한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자치단체의 자율적 통합을 유도하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가의 대사를 자치단체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몰다보니 확정됐다던 계획이 몇 시간 만에 철회되는 행정 해프닝을 보여 국민들의 실망을 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행안부장관이 지난10일 16개 시·군을 6개 통합행정구역으로 만들겠다는 발표를 해 우리는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확정 발표 이틀 후 경남 진주·산청과 경기 안양· 군포· 의왕은 통합에서 제외하고 수원· 화성· 오산, 성남· 하남· 광주, 청주· 청원, 창원· 마산· 진해 등 4개 지역만 통합하겠다는 수정 발표를 하여 우리들을 혼미케 했다.

행안부장관이 서둘러 2개 지역을 통합대상에서 뺀 것은 그만한 사유가 있겠지만 국민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수개월 동안의 예고를 거쳐 주민여론 조사결과를 토대로 발표했던 행정구역 통합정책이 지리멸렬 후퇴하는 것을 보고 어느 국민이 정부 정책에 신뢰를 가지겠는가.

한나라당 최고회의에서 원내대표가 `행정구역개편을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이며 주민들의 저항을 받을 수 있다. 시·군의회가 동의하더라도 반드시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의사를 확인해야 한다.’는 발언 직후에 통합제외지역 2곳 발표가 나왔으니 장관이 누군가의 압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궁금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여당 원내 대표가 주민투표로 행정구역 통합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옳은 말이다. 그러나 주민투표의 복잡성과 엄청난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지방자치단체가 이 같은 방법으로 주민의 의사를 결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역별로 1000명 정도를 샘플링 하여 여론조사 한 것을 주민들의 의사라고 꼭 단정지울 수는 없지만 사회조사는 조사 설계만 잘 하면 그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과학적 조사방법이다. 예를 들면 큰 가마솥에 쇠고기 국을 끓일 때 한 두 숟갈만 맛을 봐도 국 맛 전체를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통합에서 제외 발표된 2개 지역은 이미 여론조사를 거쳤고 안양의 경우는 75.1%의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행안부장관과 한나라당은 당정협의회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선출하고 이후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을 논의하는 방안에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국회의원 선거구 문제를 내 세워 다된 계획을 파기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두 지역의 통합 제외가 나머지 4개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가 없지 않다. 통합지역에 대해서 파격지원을 검토하겠다는 행안부 당국자의 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화성시의 시의회, 시민단체 등이 통합반대 성명을 내고 있다.

그 동안 정부는 시·군·구에 대해 자율통합에 많은 공을 들여왔고 앞서 6개 지역을 모델로 시· 군· 구 통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을 했지만 정치권에 발목이 잡혀 행정구역 통합에 제동이 걸렸다. 행정구역 개편은 말과 같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주민들은 몰라도 어떤 형태로든 정치와 연관을 맺고 있는 개인이나 집단은 그 일에 촉각을 세우고 자기들의 내심을 주민들의 것인 양 호도하기 일수 이다.

주민통합을 해야 하는 이유를 질 높은 행정서비스, 실시구시의 행정에 맞춘다면 후퇴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 기초 자치단체 선거직의 정당공천을 없애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여·야 정치인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3년 후에나 있을 선거를 의식, 선거구 변경여부에 몸 사리는 국회의원이 불상사납기만 하다. 법 제· 개정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이 자기 선거구를 지키겠다고 하면 행정구역 통합은 못한다. 국회의원의 대승적 자세가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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