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다 깨끗한 발?
손보다 깨끗한 발?
  • 승인 2017.03.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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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신천 둔치에 개나리가 피었다. 마침내 봄은 오고야 말았다. 수양버들의 머리카락도 며칠 전부터 연두빛으로 앙글거린다. 하지만 우리가 모여 사는 이곳은 아직도 우당탕 거리며 겨울의 끝자락을 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오랫만에 그어내려 봄을 재촉한 어제의 빗살이 분명 설렘으로 다가와야 할텐데, 마음은 아직 가득한 미세먼지를 다 씻어내리지 못한 기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후 온갖 대선주자들이 서문시장을 앞다퉈 찾았다. 하지만 웬지 이 서문시장이 물에 섞인 기름처럼, 꽉 비끌어매지 못해 헝클어진 넥타이처럼 좀체 조화롭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느낌을 ‘소외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소외받은 곳의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그저 그런거니로 헛헛하게 웃고 말 허탄함’이라고 해야하나...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이 차기 미국 대통령감 1순위로 손꼽히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유는 단 하나. 모두와의 소통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다는 것이다. 학생이든, 노인이든 미셸은 늘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노력을 힘껏 쏟아 부으려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그 모습이 그 나라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 모양이다. 잔잔한 감동이란 마치 불꽃같아서 작은 불씨 하나가 모여서 이윽고 불더미가 되고 그 불더미가 더 큰 불을 일으키고, 그 큰 불은 바람과 어울려 이윽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 불에 몸을 녹이려 하기 마련이다. 모든 이의 마음을 지펴주는 그 불은 ‘소통’에서 시작된다. 소통이란 참 어려운 것이다. 내가 내 틀을 유지하기 위해 남의 고언을 들을 준비를 갖추지 못하면 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이고, 내 기준보다 남의 입장에서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아도 소통이 안되는 것이다. 나는 바른 선택을 한 것이 분명하고 그래서 다른 충고는 들을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는 순간 ‘소통의 부재’라는 악마가 마치 그림자처럼 내 곁에 따라붙어 이윽고는 그 그림자가 다른 이들에게 나를 대변하게 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 소통의 소중함을 접어버릴 때 ‘불통’이라는 엄청난 걸림돌이 꿈틀거리며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모든 이를 가로막고야 만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첩 속에서 스러지고 말았다. 불통과 비대면의 일방통행 탓에 결국 검찰의 포토라인 앞에 섰다. 예의 남색 외투를 걸치고 여러개의 실핀으로 올림머리를 한 평소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잘 봐야한다. 누가 자신의 말만 하고 남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는지, 누가 자신만 옳고 남은 다 그르다고 주장하는지.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참 재미있는 일이 많다. 우측통행을 하게 되어있는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좌측 노면으로 달리는 라이더가 가끔 있다. 이런 류의 사람들은 한술 더 떠 정상적으로 우측방향을 달리고 있는 마주 오는 라이더들에게 비키라는 시늉을 하거나 심지어 벨을 울리기도 한다. 법과 원칙이 정해놓는 틀을 무시하면서도 자신이 가는 방향이 맞다고 고집불통을 부리는 셈이다.

그냥 평범한 한 라이더가 역주행 해 올땐 ‘내가 비키고 말지’라며 참으면 별 일 없지만 많은 이들의 리더 격이 될 만한 사람이 그렇게 한다면 상당히 위험스런 일이다. 모두가 그 뒤를 따라 거꾸로 된 길을 가야할 상황이 닥치기 때문이다. 그럴 때 그와 함께 있는 누군가가 ‘그 쪽이 아니니, 오른쪽으로 통행해야 한다‘라고 말할 때 그 리더가 이 말을 중요하게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리더는 자신이 잘못 가고 있는 방향의 길에서도 좀체 자신의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어떤 이는 그것이 틀린 줄 알면서도 고집스레 거꾸로 된 길을 달리길 고집하고야 만다. 소통의 부재는 그래서 필연코 사고를 부른다. 그 자신이 다치거나, 그를 따르는 모든 추종자들이 함께 다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법과 원칙, 소통의 의무는 더없이 중요한 것이다.

요즘은 잘 없지만 아직 동네 목욕탕에 소금찜질방이란 곳이 있는 곳이 제법 많다. 소금 찜질방엔 한가운데 몸에 묻힐 소금을 담아놓는 통이 있고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둘러앉아 그 통의 소금을 몸에 조금씩 떠 바른다. 몸에 바른 소금이 열기에 녹아 몸속의 나쁜 독소를 빼내어 주거나 항균작용에 도움을 받기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모두가 그 통의 소금을 두 손으로 담아 몸에 바르고 있을 때 어떤 한 사람이 그 통에 자신의 발을 통째로 넣은 채 소금으로 문지르고 있다면 어떨까? 그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방금 목욕한 발입니다. 내 발은 어쩌면 당신들의 손보다 더 깨끗합니다. 그래서 발을 소금통에 넣은채 소금으로 문질러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마세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눈살을 찌푸려야 할까, ‘그게 맞다’며 나도 그걸 따라해야 할까? 이런 사람이 리더라면 곤란하다. 리더가 되려고 나선 사람도 물론이다. 그러니 유권자가 잘 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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