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조지훈=경북 영양(英陽) 출생.
1939년 <고풍의상(古風衣裳)> <승무(僧舞)>,
1940년 <봉황수(鳳凰愁)>로 <문장(文章)>지 추천 등단
박두진(朴斗鎭) ·박목월(朴木月)과 함께 1946년
시집 <청록집(靑鹿集)> 간행
시집 <풀잎 단장(斷章)> <조지훈시선(趙芝薰詩選)>
<감상>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것이기에 그리움을 하나쯤은 늘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그 그리움은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죽도록 사랑하는 임일수도 있지만 지난 옛 추억일 수도 있다. 시인은 까닭 없이 외롭고 그리운 마음을 민들레꽃에 투영하여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한 없이 깊은 생각의 늪으로 빠뜨리게 하는 그리움, 가슴 속 깊은 곳에 꼭꼭 묻어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