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테스트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
IQ 테스트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
  • 승인 2017.03.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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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저자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전 ‘교육’이란 곧 ‘귀족 교육’을 뜻했다. 돈 있는 귀족들만 개인교사로부터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농업에 종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가정에서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배웠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무교육’은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됐다. 산업혁명이 시작되자 농촌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대도시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글을 읽고 셈을 할 줄 몰라서 공장 노동자로 쓰기에 부적합했다. 교육받지 않은 사람들을 노동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문자나 수에 대해 기본적인 교육이 필요했다. 유럽에서 최초로 지금과 같은 형태의 ‘국민 의무교육’을 시작한 이유는 국민의 지적수준 향상 때문이 아니라 국민을 공장노동자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의무교육이 시작된 1900년대 초 많은 아이들을 한 교실에 모아서 교육을 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 교육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습부진아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 아이들이 같은 교실에 있는 것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프랑스 정부는 알프레드 비네(Alfred Binet)라는 심리학자에게 일반교육에 적합하지 않은 아이들을 선별해내는 방법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알프레드 비네는 아이들에게 문제를 풀게 하는 방식으로 학습부진아를 선별해내는 검사지를 만들었다. 이게 바로 IQ 테스트의 시작이다. 그런데 이 테스트를 정부에 전달하면서 이것이 혹시 아이들을 차별하는 도구가 될까 염려했던 비네는 테스트지 맨 앞장에 이렇게 적었다.

1. 테스트 결과는 그저 일시적인 결과일 뿐이며 바뀔 수 있다. 2. 이 테스트는 저능아를 식별하기 위한 용도로만 적합하지 아이들의 우열을 가리는 목적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 3. 테스트 결과가 대상 아동을 영구히 학습 지체자로 분류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비네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솔직히 말하면, 이 테스트 시스템으로는 지능을 측정하기가 어렵다. 지적 능력은 고른 직선의 표면처럼 측정될 수 없다”

그러나 알프레드 비네의 걱정대로 IQ 테스트는 이후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좌절감이나 자신감을 안겨줬다. 물론 비네가 만든 방식으로부터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언어와 수리능력을 테스트하는 문제지를 풀게 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지능을 판별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세상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머지않아 우리는 인공지능 AI에게 인간의 많은 부분을 넘겨주어야할 텐데 언어와 수리능력만으로 인간의 지능을 판별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인간의 지능을 IQ 테스트로 편협하게 측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 중 하버드 대학 교수였던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가 있었다. 그는 인간의 지능이 다양하다고 주장하는 ‘다중지능이론’을 만들었다. 하워드 가드너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의 지능은 8가지 이상이며 이 지능들은 각자 독자적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상호연관관계를 가지고 향상되기도 한다. 그가 주장한 다양한 지능에는 언어적 지능과 논리수학지능도 있지만 음악적 지능, 공간적 지능, 신체운동지능, 자연탐구지능, 대인관계지능, 개인이해지능도 있다. 나 자신에 대해서 깊게 성찰하는 것도 다 지능의 범주에 속하는 일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사실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자기감정을 컨트롤할 줄 아는 일, 악기를 다루거나 그림을 그리고 스포츠를 즐기면서 삶의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는 것이 수학문제를 잘 풀고 영어단어 잘 외우는 것보다 훨씬 월등한 삶의 ‘지적 문제해결능력’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맞춰 입시 역시 아이의 다양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란 학생의 영어와 수학점수가 아니라 다양한 재능과 지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전형이다. 그러니 아이의 IQ 점수에 연연할 필요도 없고 아이의 높은 IQ에 의기양양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당신을 속여 왔던 IQ 점수를 과감히 던져버리자. 인간의 지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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