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속 작은 외국…배낭족 부르는 달라이 라마 가르침
인도 속 작은 외국…배낭족 부르는 달라이 라마 가르침
  • 황인옥
  • 승인 2017.03.28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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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지의 인도여행기 (5)작은 티베트, 북인도 맥그로드 간즈
뉴델리서 버스로 10시간 이상 이동
승려, 배낭객, 현지인들과의 공존
티베트 불교 설법장소 ‘남걀사원’
일반인도 달라이 라마 설법 청강 가능
동네 곳곳에 설치된 수많은 ‘마니차’
부처님 말씀 생각하며 정성껏 돌려
추위 녹이는 티베탄 음식 ‘땜뚝’ 일품
맥그로드 간즈 풍경-전경
맥그로드 간즈 풍경.
이번 목적지는 북인도의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맥그로드 간즈(Mcleod Ganj). 맥그로드 간즈는 인도 북서부 고산 지대에 위치해 있어 수도 뉴델리에서 버스로 장장 10시간 이상을 이동해야 한다.

맥그로드 간즈로 이동하는 버스표는 뉴델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주로 현지 여행사나 혹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가격은 편도 950루피(약 16,400원). 인도물가를 생각했을 때 꽤 비싼 편이다. 거기다 인도여행 극 성수기인 12월~3월 사이에는 가격이 100~200루피 정도 더 오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맥그로드 간즈에 갈 계획이 있다면 며칠 전에 미리 티켓팅을 마쳐두는 것이 좋다.

나와 함께 있던 일행들은 운이 좋아 최신식 VOLVO버스 4자리를 인당 900루피에 구했다. 말했다 시피 델리에서 맥그로드 간즈까지는 버스로 상당히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심야시간대에 티켓팅을 하는 것이 이득이다. 즉, 저녁 8시쯤 델리에서 버스를 타면 다음날 오전 6시쯤 맥그로드 간즈에 도착하기 때문에 하루치 숙박비를 굳힐 수 있다는 얘기. 맥그로드 간즈는 고산지대라 숙박비가 만만찮기 때문에 이동 시간대를 잘 선택해 경비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일행들은 버스에 올라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모두 곯아 떨어졌다. 15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하루 종일 걸어 다녔으니 피곤 할만도 했다. 하지만 새벽 3시가 넘어갈 무렵, 조용하던 버스 안에서 별안간 곡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평지를 달리던 버스가 드디어 산을 타기 시작했던 것. 나를 포함해 설잠을 자고 있던 승객들은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는 버스의 요동에 머리를 부여잡고 멀미와 씨름을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더 버텼을까. 왼쪽 오른쪽으로 사정없이 덜컹이던 버스가 서서히 멈추고, 드디어 우리는 이번 목적지, 맥그로드 간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리 말했지만, 맥그로드 간즈는 인도의 ‘작은 티베트’로 통한다. 그 이유는 맥그로드 간즈는 중국을 떠난 티베트 난민들이 망명 정부를 세운 곳이기 때문. 지금으로부터 약 60여 년 전, 티베트 망명정부의 실질적 지도자이자 정신적인 지주인 달라이 라마는 인도 맥그로드 간즈에 티베트 난민들을 위한 망명정부를 세웠다. 깎아지른 듯한 오르막. 그리고 고산지대답게 호되게 추운 겨울 날씨. 하지만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티베트 난민들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달라이 라마가 세운 망명 거처로 하나 둘씩 이동했고, 지금은 4천명 이상의 티베트인들이 맥그로드 간즈에 둥지를 틀고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맥그로드 간즈 거리에는 인도인들보다 티베탄들이 훨씬 더 많았다. 숙소 주인아주머니도, 카페 사장님도, 길에서 목걸이 등을 파는 상인도 모두 티베트 사람들이다. 우리와 생김새가 확연하게 다른 인도인들과 달리 티베트인들은 상대적으로 닮은 구석이 많아 맥그로드 간즈가 다른 지역에 비해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맥그로드 간즈에는 티베트 불교 승려들의 거처이자 설법장소인 ‘남걀사원(Namgyal)’이 있다. 이 사원은 달라이 라마가 자주 설법을 펼치는 곳으로 알려져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하다. 이 설법에는 일반인들 역시 참석을 할 수가 있는데 운 때가 잘 맞는다면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직접 들어볼 기회를 거머쥐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와 일행이 남걀 사원을 방문했을 당시엔 달라이 라마가 수행을 하는 기간이라 그를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었다. 만일 달라이 라마의 설법을 직접 들어보고 싶은 여행자들은 공식 사이트 ‘http://www.dalailama.com/teachings/schedule’ 에서 스케줄을 확인하고 여행 일정을 잡도록 하자. 참고로 설법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비록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데는 실패했지만 사실 남걀 사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둘러볼 가치가 있었다. 남걀 사원은 본디 티베트에 있는 거대한 사원이었는데 1959년 티베트인들이 맥그로드 간즈로 이주를 시작함으로써 인도에 새로이 세워지게 되었다. 남걀 사원에는 현재 300여 명의 스님들이 수행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달라이 라마와 더불어 맥그로드 간즈에 거주하는 모든 티베트인들의 강건한 구심점이 되어주고 있다.

티베트 불교 사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마니차’를 빼놓 수 없다. 마니차란, 불교의 경전을 새긴 동그란 경통을 말한다. 사실 처음에 이 마니차를 접했을 땐 그저 단순한 벽장식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맥그로드 간즈에 머무는 동안 동네 곳곳에 이 마니차가 셀 수 없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곤 의문을 품었고, 어느 날엔 동네 주민들이 이 마니차를 정성껏 돌리며 기도를 하는 것을 발견하곤 궁금증을 참지 못해 지나가던 이를 붙잡고 물어보았다.

“사람들이 이걸 막 돌리던데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그랬더니 흰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그런다.

“이유랄 것이 있나. 그저 좋은 말씀 들으며 다 같이 잘 살아보다는 게지.”

알고 보니 이 마니차를 돌리는 행위는 부처님의 말씀, 즉 불경이 세상에 널리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는 뜻이란다. 그래서 티베트 사람들은 이 마니차를 돌리는 행위를 매우 성스러이 여기는데 경우에 따라 주머니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마니차를 가지고 다니며 하루에도 몇 번씩 돌리기도 한다고. 마니차를 한 바퀴 돌릴 때마다 경전을 한번 읽는 것과 같다고 하니 아마 불심이 지극한 티베트인들은 일생 동안 부처님의 말씀을 수 백, 수 천 번 귀담아 들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될테다. 노인이 사라진 후, 나 역시 그들 무리에 끼여 마니차를 가만히 돌려보았다. 한번 손이 닿을 때 마다 빙그르르 부드럽게 돌아가는 경통의 느낌이 꽤나 좋았다. 나 비록 불자는 아니나, 고 단단한 마니차를 돌리며 맥그로드 간즈에 있는 모든 티베트인들의 안녕을 가만히 빌어보았다.

저녁이 되어 손발이 꽁꽁 얼어버릴 정도로 추위가 몰려오자 뜨끈한 국물 생각이 났다. 하루 종일 남걀 사원 구석구석을 쏘다녔더니 기력도 떨어졌다.

“아, 이럴 땐 얼큰한 짬뽕 한 그릇이 최고인데!”

혼잣말처럼 탄식을 했더니 옆에 있던 일행에 대뜸 그런다.

“짬뽕? 짬뽕까진 아니더라도 비슷한 건 있는데. 먹으러 갈래요?”

“정말요? 인도에 짬뽕을 팔아요? 어디?”

귀가 솔깃해져 일행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더니 골목 모퉁이에 파란색 간판의 작은 음식점이 있었다. 이름은 ‘피스카페’. 이 동네 명물인 티베트 음식점이란다. 매콤한 국물이 일품인 스페셜 땜뚝 덕분에 동양인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땜뚝’이란 우리나라의 수제비와 비슷한 티베탄 음식이다. 보통은 국물을 말갛게 해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 피스카페에선 고춧가루와 특별 소스가 듬뿍 들어간 빨간 국물로 맛을 내 얼큰한 매력을 더했다.

일행의 강력한 추천으로 두 번 고민할 것 없이 스페셜 땜뚝을 시켰는데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내가 인도에서 먹은 음식 중에 최고로 맛있었다. 찬바람 쌩쌩 부는 고산지대, 그리고 허기를 달래주는 뜨끈한 국물 한 사발. 이 얼마나 멋진 조합인가. 나는 맥그로드 간즈에 머무는 내내 하루에 한 번씩 꼭 피스카페에 들러 뜨끈한 국물로 하루의 피곤을 달래곤 했다.

명색이 인도여행기인데 어쩌다보니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모두 ‘티베트’가 되었다. 티베트의 아픈 역사, 달라이라마, 사원, 그리고 티베탄들의 음식인 땜뚝 까지. 그만큼 맥그로드 간즈는 인도 땅 임에도 불구하고 티베탄들을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한 그런 지역이다.

인도 안에 있는 작은 외국. 리틀 티베트. 인도의 색다른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북인도 맥그로드 간즈에 들러보시길 강력히 추천한다. 아침저녁으로 당신을 반기는 차디찬 바람과, 허벅지살이 절로 빠질 것 같은 엄청난 오르막과, 거리 곳곳에 울려퍼지는 마니차 돌리는 소리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티베탄 음식들이 당신을 두 팔 가득 벌려 반겨줄 것이니.

여행칼럼리스트 jsmoon09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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