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설정·다른 스토리…원작 인기 이어갈까
같은 설정·다른 스토리…원작 인기 이어갈까
  • 윤주민
  • 승인 2017.04.06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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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재탄생한 애니메이션
(下)데스노트 : 더 뉴 월드
이름을 적으면 죽는 ‘데스노트’
노트주인-탐정 두뇌싸움 ‘짜릿’
드라마·뮤지컬까지 제작 인기
원작 줄기 벗어나 이야기 전개
캐릭터별 관계 설정 ‘어정쩡’
상황 전개·심리 게임은 ‘밋밋’
마니아 만족까진 어려울 듯
데스노트
사신의 눈을 가진 ‘아오이 사쿠라’(카와에이 리나) 앞에 L의 후계자 ‘류자키’(이케마츠 소스케)가 나타나 마취 총을 쏘는 모습.

#. 이름만 적어도 상대를 심장마비로 죽일 수 있는 ‘데스노트’. 이 노트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동을 지시할 수 있다. 가령 예를들면 육하원칙에 따라 때와 장소는 물론 마지막 순간까지 조정할 수 있다. 마치 꼭두각시처럼. 심지어 노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죽기 직전 데스노트 소유자가 적어 놓은 ‘지령’을 그대로 따라하기도 한다. 한 권쯤은(?) 혹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영화를 보기에 앞서. 원작인 만화 ‘데스노트’는 수수께끼 탐정인 일명 ‘L’과 데스노트를 습득한 ‘KIRA’간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려낸 작품이다. 휘몰아치는 긴박한 상황, 숨막히는 심리전.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까지. 그림체에 표현된 등장인물들의 표정은 물론 대사 하나하나로부터 전달되는 감정은 온몸에 전율을 돋게 만든다. 오바 츠쿠미 작가의 ‘데스노트’는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뮤지컬까지 제작되면서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이른바 ‘오덕질’은 당연지사. 원작을 분석한 책까지 나왔을 정도니 그 인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데스노트: 더 뉴 월드’는 L과 KIRA가 죽은 10년 후, 총 6권의 데스노트가 인간계로 떨어지면서 시작된다.

전세계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사망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이미 홍역을 치른 일본은 이 사건이 데스노트와 연루된 것임을 직감, 특별수사 대책 본부를 세운다. 그러던 어느날 일본 도쿄에서 무차별적인 살인이 일어나고 수사를 위해 나선다. 자신이 KIRA라는 바이러스 메시지가 일본 전역에 퍼지는 일이 발생한다. KIRA의 의지를 이어가는 자라고 밝힌 의문의 사내는 ‘시엔’. 시엔은 전세계에 흩어진 총 6권의 ‘데스노트’를 모아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 그러나 천재 탐정 L의 후계자 일명 ‘류자키’(원작에서 L이 불리던 가칭)가 수사본부에 합류하면서 이 둘의 치열한 심리전이 시작된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접하지 않은 또는 못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그냥저냥 볼만 하다. 인트로 부분에서부터 원작의 기본적인 설정을 상세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에는 거북함이 없다.

또 국내 TV 예능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한 일본 배우 ‘후지이 미나’가 등장하면서 반가운 마음까지 든다. 특히 류자키의 등장신은 마치 영화 ‘베트맨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연상케할 정도로 소름이 돋는다. 딱 여기까지.

류자키
10년 전 죽은 야가미 라이토(KILA)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류자키.

이 영화는 원작의 큰 줄기를 벗어나 ‘10년 후’라는 별개의 설정을 두고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다소 복잡한 요소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류자키와 그의 사신 ‘아마’와의 우정, 특별수사 본부팀의 동료애 등 어정쩡한 상황 설정은 가려운 곳을 긁지 못하는 느낌이다. 또 군데군데서 찾을 수 있는 ‘설정오류’까지 눈엣가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설정오류 문제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영화 흐름마저 소홀했다.

너무 많은 것을 영화 속에 담아내고자 했기에 섬세함을 놓쳐버린 것이다.

원작에서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던 작가의 추리력과 상상력은 욕심이었을까. 고작 류자키와 시엔의 심리전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뻔한 내용으로 아쉬움을 자아낸다. 심지어 마지막 깜짝 반전을 꿰한 감독의 의도마저 추측가능 할 정도니 두 말하면 잔소리다. 원작에서 스토리 흐름상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건을 영화에 맞게끔 바꿔서 옮겨 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사토 신스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영화가 끝난 뒤 스크린 화면을 바라보면서 든 의문이다.

미시마와 류자키
특별수사 본부 대책팀장인 미시마와 류자키가 데스노트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접하지 못한 관객에게는 신나는 액션 스릴러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마니아는 물론이고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이 취미인 두터운 팬층에게 이 영화는 심한 결례일 수도 있겠다. 원작과 기본 설정만 같을 뿐. 정작 당시 수많은 팬이 열광했던 요소들은 모두 잃었다. ‘신성모독’이 가장 적합한 단어이지 않을까.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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