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사타구니 탈장
늘어나는 사타구니 탈장
  • 승인 2017.04.09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둥 마크원외과 원장
올해 63세인 A씨는 하루 동안 오른쪽 아랫배가 당기는 듯 아픈 증상이 있어서 으레 그래왔듯이 비뇨기과를 찾았다. 이전에도 종종 요로결석으로 인해 쇄석술을 받은 적이 있었고 이번에도 증상이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비뇨기과 의사에게 의외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오른쪽 사타구니에 탈장이 의심된다는 진단이었다. 이전에는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었기에 더 의외였다. 탈장클리닉을 방문한 후 시행한 초음파 검사에서는 탈장구멍에 탈장된 장기가 끼여버린 ‘감돈’상태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수술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에 더욱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오전에 비뇨기과 방문, 점심때 쯤 복강경 클리닉 방문, 오후에 응급 복강경 수술을 시행한 A씨는 수술 후 집도의에게 “감돈된 복부 장기는 흔히들 ‘맹장’이라고 알고 있는 ‘충수’ 였는데, 그 충수가 감돈 상태가 지속돼 ‘교액(장으로 공급되는 혈액순환이 차단되어 조직이 썩는 현상)’이 진행한 상황이어서 충수와 연결돼 있는 대장 일부까지 함께 절제하는 ‘부분결장절제술’을 시행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한번 더 놀란 가슴을 쓰러내려야 했다. 그리고 후천적인 성인 탈장은 원칙적으로 인공막을 이용하여 후벽을 보강해주는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염증이 심하게 진행한 탈장부위는 인공막을 사용할 수 없어 무인공막 고위결찰술을 시행했는데 다행히 회복은 매우 빨라 수술 이틀 뒤에 퇴원할 수 있었다.

평소에 사타구니 탈장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자각 없이 살다가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한 상태로 진단을 받고 수술한 경우이다. 물론 대부분의 탈장 환자들은 사타구니 쪽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종물로 병원을 방문하여 진단을 받고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평생 유병률이 거의 25%에 육박할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다만 사타구니 탈장이라고 하면 어린 아이들에게만 생기는 병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증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치료가 늦어지는 바람에 A씨의 사례에서 처럼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 후에야 수술을 받을 때가 있다. 비교적 간단하고 안전하며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탈장은 단어 그대로 장이 빠져나오는, 즉 배안 제 위치에 있어야 할 복강내 장기가 그 공간을 벗어나는 모든 질환에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유병률이 가장 높은 사타구니 탈장(=서혜부탈장)을 비롯해 대퇴탈장, 배꼽탈장, 반흔탈장 등은 복벽을 구성하는 근육층이 약해지면서 발생하는 것이고 이외에도 역류성 식도질환의 합병 형태인 식도열공 탈장, 횡경막이 약해지면서 흉곽쪽으로 장이 밀고 올라오는 횡경막 탈장 등이 있다.

우리 몸의 복벽은 피부층, 피하지방층, 근육과 근막층, 그리고 복막 등 크게 4층으로 구성된다. 이 중 근육과 근막층이 약해지면서 틈새가 벌어지게 되면 그 사이로 복강내의 소장, 대망 등의 장기가 복막과 함께 밀고 나오는 것이 탈장이다. 이들 중 3/4을 차지할 정도로 사타구니 탈장이 많은 이유는 우리 몸의 구조상 양쪽 사타구니 부위가 가장 얇은 두께의 근육 구조를 가지고 있고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기에 이 부위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복압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복압을 유난히 높이는 여러 경우들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폐결핵이나 만성폐질환으로 인해서 오랫동안 반복적인 심한 기침을 한 병력이 있다거나 무거운 짐을 나르는 등 격한 육체 활동을 반복하는 경우, 변비로 인해 배변시에 과도하게 힘을 주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특히 최근 들어 복부 비만 환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탈장의 유병률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흡연 또한 단백분해효소를 증가 시켜 조직 결합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탈장이 쉽게 발생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 탈장환자의 숫자가 많이 늘어나고 수술 받는 환자의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나이’가 탈장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우리 몸의 탄성을 유지하는 콜라겐이 점차 감소하면서 복벽의 힘이 약해져 탈장 발병률이 높아지는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다른 뚜렷한 직업적, 체형적인 원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연 발생하는 탈장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사타구니 탈장은 매우 전형적인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특별한 검사가 없어도 “사타구니 쪽에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는 종물”이라는 특징적인 소견만으로도 쉽게 진단을 내리고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수술을 시행하기 전에 사타구니 탈장의 종류를 좀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하여 초음파 검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실 사타구니 탈장의 경우 종물 이외의 특별한 추가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생활 자체에는 지장이 없을 때가 많지만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에 발견 후 최대한 빨리 수술해야 한다.

최근에는 병변 부위를 직접 절개하지 않고 복강경을 이용하여 인공막 보강 작업을 시행하는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특히 ‘단일통로 복강경수술’로 시행하게 되면 배꼽안에 1.5cm 정도의 절개만으로 수술 공간을 확보하기 때문에 수술 후에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게 되는 것 뿐만 아니라 통증과 회복기간이 더욱 감소한다는 장점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