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utiful, 인생은 여전히 아름답다
Biutiful, 인생은 여전히 아름답다
  • 승인 2017.04.1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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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 디자인연구소장
“Biutiful? 어이쿠, 실수를 했구나.”

밝은 성격으로 주위를 기분 좋게 만드는 제자 D가 꿈에도 그리던 해외여행을 떠났다. 도전할 수 있도록 응원을 해준 필자가 고마웠는지 대만으로 가기 전 공항에서 잘 다녀오겠다고 카카오 톡으로 연락이 왔었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기대감과 흥분에 사로잡힌 제자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잘 갔다 오겠다’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주고받다가 제자의 카카오 톡 대문에 쓰여진 Biutiful이라는 글씨를 발견하게 되었다. 짧은 영어 실력의 필자가 봐도 Beautiful(아름답다)을 잘 못썼구나 싶었다. 남들이 보기 전에 어서 톡을 남겨서 “뷰티풀 철자가 틀렸어”라고 얘기 해주려다가 혹시 하는 마음에 그러지 않고 멈췄다. 보란 듯이, 너무나 당당히 써 둔 영어가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닐까하는 마음에서였다. 친절한 Naver양에게 물어보았다. 천천히 또박 또박 biu ti ful이란 글자를 입력하니 ‘비우티풀’이라는 영화가 검색되었다. 2010년에 개봉된 멕시코 영화였다. 순간 잘 참고 검색하길 잘 했구나 싶었다. 제목이 신기하고 궁금해서 영화의 줄거리를 잠시 읽어보았다. 짧지만 던지는 메시지가 있음을 느끼고 인터넷을 뒤져서 영화를 찾아보았다. 비 오는 어느 오후, 강의 준비하다말고 그렇게 영화 비우티풀을 보게 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욱스발)은 양극성장애(조울증)에 걸린 아내와 이혼하고 딸과 아들, 셋이서 함께 어렵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주인공의 직업은 쉽게 말하면 불법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다. 중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온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값싼 몸값으로 노동현장에 연결시켜주는 브로커이며, 불법 체류하는 흑인들이 길거리에서 짝퉁 유명메이커 가방을 팔 수 있도록 경찰에게 뒷돈을 대는 것도 주인공의 직업이다. 그리고 주인공 욱스발은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을 지녔다. 죽은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은 고인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가족과,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하는 죽은 사람의 가교 역할을 한다. 욱스발은 그렇게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산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대가로 많지 않은 돈을 받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사주지 못할 정도로 그의 일상은 눈물겹다.

영화는 대체로 어둡게 표현되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하층민의 삶은 잿빛이다. 그냥 보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든 걸까 할 정도로 밝은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는 밑바닥 사람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주인공의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 암이 많이 전이되어 점점 더 몸은 아파간다. 그런 가운데도 그는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얼마 살지 못하는 그에게 자녀들과 보내는 일상이 너무 소중하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 영화 제목으로 쓰여진 비우티풀에 대해서 나온다. 주인공이 딸의 머리를 묶어주고 있고 딸은 아빠에게 질문한다. “아빠 뷰티풀 철자가 어떻게 돼요?” 아빠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 한다. “소리 나는 그대로야” “어떻게?” “Biu ti ful”이라고 또렷하게 아빠는 딸의 책에 써준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버지. 그 아버지를 사랑하는 딸. 그들은 ‘인생은 아름답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비우티풀 영화를 보고 난 뒤 명작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생각났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해준 아빠의 모습이 생각난다. 마지막 처형되기 전 붙잡혀 가면서도 아들에게 아빠는 희망의 미소를 보낸다. 익살스러운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웃고 있는 아들의 모습, ‘웃프다’는 말이 그 장면을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래 인생은 아름답다. 뷰티풀(beautiful)도 아름답고 비우티풀(biutiful)도 아름답다. 배운 사람의 삶도 아름답고, 배우지 못한 사람의 삶도 아름답다. 삶은 삶 그자체로 아름답다.

웃을 때 깊게 패인 노인의 주름도 아름답고, 깔깔깔 웃는 중학생 딸아이의 눈빛도 아름답다. 비 오는 날도 아름답고 햇볕이 쨍쨍 내리 쬐는 날도 아름답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처럼 인생은 누구나에게 아름답고, 존재하는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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