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고, 뚫을수록 더욱 단단하구나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고, 뚫을수록 더욱 단단하구나
  • 승인 2017.04.3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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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대경영상의학과의원 원장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달, 계절의 여왕 5월이다. 봄기운 완연한 5월이면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여러 기념일들이 많다.

신록은 그 짙음을 더해 가고 햇살도 따사로워 왠지 마음도 푸근해진다. 그러나 하늘이 아무리 맑은 들, 신록이 아무리 푸른 들, 햇살이 아무리 포근한 들 나를 사랑해 주고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만 하겠는가?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지 않은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의 마음이다. 계절이 아름다우니 그런 사람을 더욱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5월은 소중한 사람들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는 날들로 촘촘히 채워져 있다.

인간은 참으로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다양한 인간사에서 제일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곱씹어 보기 위해 많은 기념일이 제정됐고, 5월에는 그중에서도 제일 뜻 깊은 날들이 많이 들어있다.

그 가운데 스승의 은혜를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날도 있다. 바로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은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1963년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에서 처음 제정되었다.

1958년 충남 강경고등학교(당시에는 강경여자중고등학교였다) 청소년적십자 단원으로 활동하던 학생들이 병환 중에 계신 선생님과 퇴직한 스승님을 위로하기 위해 찾아뵌 것이 계기가 되었고, 그 후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다시 정하여 지금까지 스승의 높은 뜻을 기리는 행사로 자리매김 하였다.

스승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존경하고 본받아야 할 존재이며, 부모와 더불어 은혜에 보답해야 할 대상이었다.

우리가 부르는 스승의 은혜의 첫 구절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는 논어(論語)의 자한편(子罕篇)에서 유래되었다.

‘안연(顔淵) 위연탄왈(?然歎曰) 앙지미고(仰之彌高) 찬지미견 (鑽之彌堅)’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안연이 한숨을 쉬며 감탄하며 말하기를 스승의 도는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고, 뚫을수록 더욱 단단하구나’라는 뜻으로 공자의 제자 안연이 스승을 마음깊이 우러러보며 한 말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위대하고 큰 인물만 스승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승(師)이란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 혹은 ‘가르쳐주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는 무엇을 가르치는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가르치고 이끌 수 있으면 누구나 스승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는 의미이며, 심지어 어린이라 할지라도 배울 바가 있다는 뜻이다. 논어(論語)의 술이편(述而篇)에 ‘삼인행필유아사 (三人行必有我師)’라는 말이 있는데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는 뜻으로 같은 맥락이다.

필자는 살면서 많은 스승을 만나며 성장해왔다. 코흘리개의 손을 잡아 이끌어 주시던 초등학교 선생님부터 대학교 시절 지도해주시던 교수님까지, 의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으로 수련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우는 윗년차 선배님 등, 많은 스승에게 배웠고 그분들의 도움에 힘입은 바 크다.

인간은 너무 당연한 것에는 감사할 줄 모른다. 추운 겨울에 난로의 고마움을 알지만, 태양의 중요성은 잊고 산다. 신선한 공기의 소중함을 말하지만, 실제로 고마움을 느끼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스승의 은혜가 크지만 우리는 그런 것을 너무 당연시하고 살아가지 않는가.

특히 진료실에서 동떨어진 섬처럼 고립되어 살아가는 의사들은 이런 점에 더 둔감해지기 쉽다. 돌이켜보면 한명의 의사로 온전한 역할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의 가르침과 노고가 필요했던가. 모든 직업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의사는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성취를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 낸 것인 양 으스대며,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우리의 인생에는 잊어 버려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잊어 버려야 할 것은 빨리 잊어버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래도록 기억해야 한다. 나에게 도움을 준 고마운 분들의 은혜는 아무리 작아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완성되지 않은 인격체이자 미숙한 햇병아리 의대생이, 서로 어울려 사는 지혜를 익히고 전문 지식을 획득해 완성된 의사가 되기까지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는 스승의 은혜는 넓고도 크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5월에 느끼는 이러한 감상이 단지 필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때를 가리지 않고 스승님들께 고마움을 표하고 존경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마땅하나 바쁜 일상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잠시라도 우리 마음속에 모셔둔 스승님을 떠올리고 감사의 마음을 새롭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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