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60에 겨우
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신(神)이 지으신 오묘한
그것을 그것으로
볼 수 있는
흐리지 않는 눈
어설픈 나의 주관적인 감정으로
채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꽃
불꽃을 불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고
충만하고 풍부하다.
신이 지으신
있는 그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지복(至福)한 눈
이제 내가
무엇을 노래하랴.
신의 옆자리로 살며시
다가가
아름답습니다.
감탄할 뿐
신이 빚은 술잔에
축배의 술을 따를 뿐.
◇박목월=1946년 조지훈·박두진 등과 3인시집
<청록집(靑鹿集)>을 발행
1955년 첫시집 <산도화(山桃花)>출간
<감상> 사람이 나이가 들면 육체적으로 모든 기능이 쇠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만지거나 볼 수 없어도 예측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새롭게 열리게 되는 것이다. 나의 주관적인 삶을 내려놓고 내 안의 모든 불순물들을 깨끗이 씻어 버리고 정화된 눈으로 보는 세상의 모든 만물은 얼마나 더 아름답게 보일까? 이게 바로 삶의 연륜일 것이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