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한 방이 있는 그림책- <망태할아버지가 온다>
통쾌한 한 방이 있는 그림책- <망태할아버지가 온다>
  • 승인 2017.05.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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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세상읽기
윤미경
하브루타도서관 관장
영화 <가위손>의 모티브가 된 그림책이 있다. 바로 19세기 치과의사였던 하인리히 호프만이 그리고 쓴 그림책 <더벅머리 페터>이다. 그 당시 부모들은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치과의사께 데려 간다’라는 말로 윽박지르곤 했다는데 진짜 이가 아파 치과에 오는 아이들은 어땠겠는가? 치과의사를 굉장히 무서운 사람으로 여겨 거의 공포에 차 있었다고 한다. 호프만은 어린 환자의 긴장을 풀어주고 치료를 잘 마치기 위해 자주 이야기를 들려주다보니 이야기꾼이 된 것이다.

책 표지가 무척 인상적이다. 얼마나 빗지 않고 얼마나 깍지 않은 것인지, 멋대로 자란 지저분한 머리와 마귀할멈처럼 기다랗고 휘어지게 자란 손톱의 ‘페터’라 여겨지는 남자아이가 정면을 보고 팔을 벌리고 서 있다. 영화 <가위손>을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주인공 ‘조니 뎁’의 모습을 떠올릴 법하다. 이 책은 호프만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주려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만든 것인데 출판 후 호불호가 무척이나 갈린다. 내용인즉 잔인한 책 내용이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와 한편 이 그림책으로 하여 아이들의 나쁜 버릇을 고칠 수 있었다는 감사를 부모들로부터 듣기도 했다는 것이다.

독일에 치과의사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망태할아버지가 있었다. 우리나라 부모들도 어린아이들이 말 안 들으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 간다’라는 말로 협박(?)하곤 했는데 떼 쓰고 울던 아이도 그 말을 들으면 어디선가 나타날 망태할아버지라는 존재가 무서워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다 울음을 뚝 그쳤던 시절이 있었다. 망태할아버지는 지금은 사라진 넝마주이를 두고 일컫는 말이었는데 어느 때부터 떠돌이처럼 보이고 외모가 지저분하고 근접하기 힘든 나이가 든 할아버지쯤 되는 사람을 두고 아이들이 망태할아버지라고 지칭했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도 어릴적 그들의 판단에 의하여 괴기해 보이면 ‘엄마, 엄마, 우리 동네 망태할아버지가 나타났어’ 하며 호들갑을 떨곤 하였다.

그 두려움의 대상을 어른들은 맘대로 자기편인양 내세우며 아이들을 혼내준다. 순진무구하고 어린, 힘없고 백 없는 아이들은 세상을 향해(유아들에겐 엄마가 세상의 전부다) 떼를 쓰며 자기주장을 펼치다가도 이 막강한 권력, ‘망태할아버지’를 엄마가 불러오면 한 순간에 꺾여 대항을 멈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알고 보면 참 아이들을 얕보고 기만하는 어른들의 처사다. 오죽하면 망태할아버지를 들먹거리며 백을 썼을까 싶다가도 그래도, 그것보다 더 솔직하게 설득과 협상을 제안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어린이 그림책으로 만든 작가가 바로 박연철이다. <망태할아버지가 온다>라는 그림책은 망태할아버지가 반드시 어른들의 편이 아니란 걸 통쾌하게 보여주는데 다행인지 안타까운 일인지 모르겠으나 아이들은 그걸 해석해 내지 못한다. 망태할아버지가 말 안 듣는 아이를 잡아다 입을 꿰매고 새장에 가두는 것과 같은 무서운 장면에 마음을 두고 스릴을 즐긴다. 망태할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망태할아버지를 알게 되겠고, 마음 약한 엄마들은 2차원 평면 이미지로 눈앞에 펼쳐진 망태할아버지의 거침없는 행위에 잔인하다며 얼음이 될지도 모르겠다.

세상 어디나 가치를 두고 진보와 보수가 존재한다. 엄마의 위선적 행동을 까발리면서 권위에 도전하는 이 책을 두고 ‘굳이’라는 생각에 책의 선택을 망설이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 좋은 책이’라며 환호하는 부모도 있다. 이럴 땐 편견 없이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엄마의 검열에 책들이 걸러져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아이의 세계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알 권리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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