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승인 2017.05.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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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학교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교는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가?’부터 밝혀낸다. 만일 우리아이가 피해자라면 의외로 문제가 간단하다. ‘가해자 아이와 그 부모로부터 충분히 사과를 받는다. 가해자를 처벌한다. 가해자 아이가 우리아이를 다시는 괴롭히지 못하도록 대책을 만든다. 우리아이의 정신적 상처를 치료한다.’ 등과 같은 해결방안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학교폭력 위원회를 학교 내에서 쉽게 열 수 있기 때문에 가해자가 피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예전보다 다양해졌다. 그런데 내 아이가 가해자일 경우는 문제가 복잡하다. 착하다고 생각했던 내 아이가 가해자임이 밝혀졌을 때 부모들이 받는 충격은 어마어마하다. 피해자의 부모는 가해 아이와 그 부모를 처벌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 하지만 가해자 아이의 부모는 이 문제의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하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아이를 잘 못 키운 부모’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그 낙인이 두려워 부모는 내 자식이 그럴 리가 없다고 부정하기도 하고, 자식을 때리기도 하며, 이 일의 책임을 교사나 주변 친구에게 돌리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아이를 잘못 키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 아이가 저지르는 일들은 아이가 만나는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 때문에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아이가 저지르는 모든 문제의 책임을 손쉽게 부모에게 돌리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와 방치를 경험했던 사람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문제아의 부모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이가 가진 태생적인 기질 때문일 수도 있고, 사회구조적인 병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이의 범죄를 부모의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한다. 우리가 그렇게 느끼고 싶어 하는 강력한 이유는 나쁜 환경에서만 나쁜 아이가 자란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면 ‘우리 집에서는 아이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으니 나는 그런 고통을 겪을 위험이 없다.’고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9년, 두 명의 고등학생이 총기를 들고 자신들의 학교로 들어가 열세 명의 사람들을 죽이고 스물 네 명의 부상자를 내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콜럼바인 총격사건’ 이 사건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는 자신의 아들이 총격 사건을 일으킨 날을 이렇게 회상한다.

“콜럼바인의 모든 학부모들이 아이가 안전하기를 기도하고 있을 때 나는 우리아이가 남을 더 해치기 전에 죽게 해달라고 기도해야했습니다”

수 클리볼드는 대학에서 장애인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였고 지역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평범한 엄마였다. 그녀는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착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고 밤마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한 동화책을 읽어줬다. 그런 그녀에게 아들 딜런은 착한 아이였다. 가족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딜런을 ‘선샤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하지만 아들은 악마로 변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총으로 쏴 죽이고 결국 자신도 자살하고 말았다. 그녀는 헤아릴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고 현재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청소년 우울증 조기발견 및 자살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수 클리볼드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만일 다시 아이를 만날 수 있다면 나를 용서해줄 수 있냐고 묻고 싶어요. 엄마이면서도 아이 머릿속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던 것에 대해서, 그 아이를 도와주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요.”

우리는 믿는다. 착한 내 아이가 폭력 사건의 가해자 같은 것이 될 리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의 뇌 건강은 100년 전 아이들이 전염병에 취약한 것만큼이나 위험한 상태다. 우리가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고 있으니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전에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세심히 살펴야한다. 수 클리볼드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를 키우는 일은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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