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와 명예훼손죄
대머리와 명예훼손죄
  • 승인 2017.05.3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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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변호사
명예훼손죄라 함은 공연히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摘示)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입니다.

어떤 사람이 ‘곰돌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갑을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여 불특정 다수인이 볼 수 있는 채팅창에 “곰돌이, 뻐꺼, 대머리”라는 글을 올려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갑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의 형사재판에서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결하였습니다. 즉 위 글의 내용 중 ‘곰돌이’는 갑의 게임상 닉네임이고, ‘뻐꺼’는 ‘(머리가) 벗겨졌다’는 뜻의 속어인데, 피고인이 갑을 ‘대머리’라고 불렀더라도 이는 신체적 특징을 묘사한 말일 뿐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실제로는 대머리가 아니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며, 물론 신체적 특징을 묘사하는 표현도 명예훼손죄로 의율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나 ‘대머리’는 머리털이 많이 빠져 벗어진 머리,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표준어이고 단어 자체에 어떤 경멸이나 비하의 뜻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어떠한 신체적 특징이든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 유행 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 점, 이를 유죄로 인정할 경우 형사처벌의 무분별한 확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를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머리가 많이 빠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대머리에 대하여 미관상 좋지 않는다는 깊은 인상이 있는 점, 현실적으로도 결혼 중매업소 등은 심한 대머리를 가진 미혼 남성의 경우 결혼중개업체 등록이 불가능하거나 특별관리비를 추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등록이 가능한 점, 미혼 여성들의 결혼 기피 대상 1순위가 ‘머리 빠진 키 작은 사람’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는 점 등에서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 유행과 관계없이 명예훼손적인 표현이라고 볼 여지가 많습니다. 더구나 표준어 대머리 이외에 속어인 ‘뻐꺼’는 대머리에 대한 조롱의 의미가 명백히 담겨 있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형식론적인 판단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길을 가는 머리숱이 많이 없는 사람에게 ‘대머리야’라고 부를 경우 불쾌감이 없다고 볼 수는 없고, 특히 그러한 사람을 ‘뻐꺼’라고 부른다면 당연히 불쾌감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으므로 이는 명예훼손 또는 모욕적인 행동이라고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만, 위 형사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된다고 하여도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최근 국무총리 및 장관(국무위원) 선임과 관련하여 청문회 등에서 인격모독적인 언사가 있을 수 있고, 그것이 방송을 통하여 중개될 경우 명예훼손이 될지 문제가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회의원의 갑이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대정부질의를 하던 중 ‘국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을 회사의 대표이사 병이 대통령 영부인, 민정수석을 통해 을 회사 임원들에게 대표이사 연임 로비를 하여 결국 연임되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안에서, 법원은 그와 같은 발언이 비록 을 회사와 병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에 해당하기는 하나, 발언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라고 볼 수는 없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 내에 있으므로, 갑에게 위 발언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국회의원의 발언이 명예훼손적인 내용을 동반하여도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형사사건 뿐만 아니라 민사사안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손해배상책임조차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편 최근 개인들간에 얼굴을 보고 직접 대화하는 과정에서의 명예훼손보다 인터넷 등을 이용한 명예훼손이 그 전파성 및 효과의 지속성 등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하므로 이를 엄하게 처벌하기 위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특별처벌조항을 두고 있으므로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등의 행위에 보다 신중을 기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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