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근성, 개나 줘버려!
거지근성, 개나 줘버려!
  • 승인 2017.05.3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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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원망스러웠고 섭섭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었는데 여전히 나는 힘들었고 세상은 무심했다.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고 알아서 위로 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미웠다. 신(神)이 미웠고 이 세상이 미웠다. 멋대로 돼라 싶어 한참을 방황 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자퇴를 했지만 처음 다녔던 대학(영남신학대학)에서는 학사경고도 받았다. 학사경고는 한 학기 과목 전체 평점이 1.7이하인 학생에게 붙이는 일종의 차압딱지 같은 것이었다. 학사경고를 3번 이상 받으면 자동으로 제적이 된다는 학교가 학생에게 보내는 경고장이었다. 대학 본관 입구, 모든 학생들이 보는 학교 게시판에는 나의 이름과 학번이 공개되어 붙여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부끄럽지도 않았다. 애써 합리화 하며 ‘능력의 탓이 아닌 세상에 대한 나의 반항의 표시’였다고 생각했으니.

그렇게 나는 신을 원망했다. 누구보다 착하게 살았다고 자부했고 나의 이익보단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양보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힘든 건 나였다. 힘도 나지 않았고 잘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대로 열심히 살아왔으니 충분히 투정부려도 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정말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앉아 있는 동안 뒤에서 달려오던 친구들 모두 100미터 골인 지점 통과 해버렸고 난 또 그 상황에 대한 책임을 신에게 돌렸다. “보세요. 다 들어가잖아요. 조금만 손잡아 달라는데 조금만 잡아 끌어달라는데 그게 안 됩니까, 손 한번 잡아주는 게 그렇게 힘이 듭니까?”

섭섭함을 넘어 원망이 자라나고, 비뚤어짐을 넘어 결국 ‘우울’이란 녀석이 찾아왔다. 내 삶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무기력하게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 때 알았다. 우울의 씨앗은 분노라는 것을.

너무 슬펐고, 두려웠다. 그렇게 한없이 추락하던 내 삶에 바닥을 치는 경험을 했다. 바닥이 참 차갑고 딱딱 하구나 깨닫는 순간, 바닥을 친 공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떨어진 시간만큼, 떨어질 때 그 무게만큼 높이 튀어 올랐다. “아하~~”

여태껏 난 신을 제대로 믿지 못했다. 신은 뒷짐 지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무심한 존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신 차리고 자세히 내 삶을 한번 돌아보니, 나를 향해 길게 뻗은 신의 손이 보였다. 내 삶이 바닥을 치고 튀어 오르는 그 순간, 나를 향해 펼쳐진 그 손이 보였던 것이다. 그 손은 햇볕에 그을렸고 비바람에 거칠어진 손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내 손을 잡으렴”하고 나를 향해 손을 내밀고 계셨던 것이다.

뭐하시냐고? 그렇게 여유 없으시냐고? 원망하며 때론 무능하다고까지 생각했던 후에 보게 된 손. 그곳에서 애타게 나를 부르며 때론 지겹도록 오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며 힘들게 계셨을 걸 생각하니 참 내가 못났구나 싶은 생각이 내 몸을 휘감았다.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될 때 가장 먼저 드는 마음은 ‘부끄러움’이었다. 부끄러웠다. 참 못났고 참 어리석었다. 그때 난 거지같은 내 마음을 보았다. ‘거지근성’ 그래, 나는 거지근성이 가득 찬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다고 합리화 하고, 회피도 하고, 다른 사람 탓으로도 돌려보았지만 나는 거지근성으로 가득 찬 인간이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보고 싶지 않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모습(심리학자 융이 말한 그림자)을 보고난 후 내 삶은 변했다. 그래, 결국은 내가 내 스스로 어느 지점까지는 들어가야 하는 것이구나. 이미 기회는 나를 향해 뻗을 만큼 길게 손을 뻗어 있었고 내가 손을 뻗어 그 손만 잡으면 되는 것이었다. 나 스스로 100이 되기로 했다. 그때 깨달은 건. 98까지 열심히 하고 주저앉아 2만큼만 힘 보태 달라고 했을 때는 주지 않았던 관심과 사랑이 내 스스로 100이 되는 순간 그 때는 5를 주고, 10을 주고, 때론 50의 힘을 보태주었었다. 인생의 답은 내가 내는 것이다. 기회는 이미 나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이제는 내가 손을 내밀 차례다.

자~준비됐나. 하나 두울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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