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강 되살리는 시작
10년 체증 내려간 듯 후련”
“수문 열면 강 더 오염될 것
농업용수 공급 차질 우려”
“4대강 사업 이후 수질은 오히려 좋아졌다. 모기도 사라지고 전반적인 환경이 개선됐는데 무작정 수문을 열면 어떡하나.”
이명박 정부 시절 조성된 4대강 보 16개 가운데 6개 보의 수문이 9년여 만에 개방된 1일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일대는 환호와 우려가 교차했다.
환경단체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강은 흘러야 한다”고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보를 조성한 뒤 수변 환경은 더욱 좋아졌다”며 “가뭄이 심한 상황에서 수문을 마구 열면 어떡하느냐”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강정고령보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이날 오후 2시께 보 수문을 낮춰 물을 하류로 흘려보냈다. 수문이 열리자 취재진과 환경단체 회원, 주민 등 100여 명은 수문개방 광경을 유심히 지켜봤다.
수문 개방을 바라보는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회원들은 수문 개방에 맞춰 강정고령보 앞에서 ‘보 수문 개방 확대’, ‘흘러라 4대강’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국민 혈세를 들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각종 절차를 생략한 채 2년 반 만에 끝낸 졸속 토건공사”라며 “이 때문에 낙동강은 고유종이 사라지는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위를 낮추는 범위가 미흡하지만 보가 상시 개방됐다는 점만으로도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보 개방을 지켜보던 시민 노재억(54·대구 달서구 대곡동)씨도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후련하다”며 보 개방을 환영했다.
반면 장영백(70·경북 칠곡군 왜관읍)씨는 “낙동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 개방을 주장한다”며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수질환경은 더욱 좋아졌다”고 반박했다. 장씨는 또 “환경단체가 우려하는 녹조 역시 태풍이 오면 다 쓸려 간다”며 “수문을 열면 강은 더 오염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달성 다사읍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60대 농민은 “가뭄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에서 수문을 열어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보 개방 결정은 좀 더 신중하게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수문 개방으로 강정고령보 수위는 지금보다 1.25m 낮아진다.
남승렬기자 pdnamsy@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