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법 제92조 6항 폐지안 발의를 환영한다
군형법 제92조 6항 폐지안 발의를 환영한다
  • 승인 2017.06.0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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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My Child’란 영화가 있다. 터키의 성소수자 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 영화이다. 영화에서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한 할머니가 동성애자인 손자를 향해 “신께서 주신 것이라면 기꺼이 두 팔 벌려 내 손자를 환영 하겠다”고 단호히 말하는 장면이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영화에 출연했던 성소수자와 그들을 지원하며 사회의 편견에 함께 맞섰던 어머니는 결국 동성애 혐오자들에 의해 살해 당했다.

지난 5월 24일 군사법원은 군형법 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동성애자 A 대위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1심인 육군 보통군사법원은 이날 A 대위에게 ‘군인 또는 준 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형법 제92조의6 조항을 근거로 법 위반을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형사처벌을 받아야 했던 A대위는 누군가를 해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자가 되었고, 전역 후 다니기로 했던 직장에의 꿈마저 빼앗겨 버렸다. 강제 성행위는 군형법의 강간죄나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92조6항은 강제추행이냐 아니냐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성행위를 문제 삼는 데 법조항의 심각성이 있다. 합의를 했거나, 이성 간이거나, 영외에서 이뤄진 행위조차 오직 체위를 이유로 처벌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5대 4로 합헌 결정을 했지만 네 명의 재판관은 “조항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자의적 법 해석 가능성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던 이유도 바로 그때문인 것이다.

판결 이후 군인권센터는 즉각 성명을 내고 “차별과 혐오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법정의를 질식시킨 것”이라며, “A 대위의 행위는 업무상 관계없는 상대와 사적 공간에서 합의로 이뤄진 성관계였다, 상대가 동성이란 이유로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범죄의 낙인을 찍은 것”이라며 군사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동성애 군인을 색출·처벌하라”는 지시가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압수영장도 없이 휴대전화를 빼앗고, 개인 핸드폰을 디지털포렌식 분석하는가 하면, 강제적인 아웃팅으로 사생활 침해의 여지가 중대한 반인권적 행태를 보였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다른 색출 피해자들에 대한 재판도 계속해서 예고된 현실은 매우 참담하다며, 성 소수자들은 이제 아무 때나 색출 당해 사생활을 추궁당할 수 있는 두려움까지 떠안게 됐다, 성 소수자들에게 안전하지 못한 군대는 이성애자들에게도 안전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군 당국은 군 기강 확립과 군대 내 성폭력 방지 등을 이유로 동성애자 군인의 처벌을 정당화 하고 있다. 그러나 군대 내 성폭력은 오히려 동성애 혐오로 인해 비동성애 군인의 동성애자 군인에 대한 성폭력이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강한 집단일수록 권력관계에 의한 폭력이 더 만연하게 되어 있다. 은폐된 여군에 대한 성폭력이 그것을 말해 준다.

지난 5월 25일 김종대 정의당 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군형법 92조의6은 문명국가의 수치”라며 군형법 92조의6 폐지안을 냈다. 성소수자인권단체와 여성인권단체 등에서는 성명을 통해 ‘비록 군인이라 할지라도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그리고 평등권은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며 폐지안을 지지했다.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동성애가 질병이 아님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2012년 유엔 국가별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에 이어,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자유권위원회)도 2015년 11월 이 조항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규약위원회(사회권위원회) 역시 2016년 발표한 일반논평에서‘동성 간 합의한 성관계 처벌 규정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군대 내 성폭력은 권력의 문제이지 성욕의 문제가 아니다. 2015년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에서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이 학교 출신 두 남성이 교내에서 동성 결혼식을 올렸다. 단지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군사재판에 서게 하는 야만적인 국가폭력은 지금 당장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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