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과 함께 나누는 것이 삶의 목표”
“취약계층과 함께 나누는 것이 삶의 목표”
  • 김종현
  • 승인 2017.05.2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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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색 예손 권애경 대표
일자리 창출 위해 천연염색 시작
1년여 만에 재주문 밀려들어
장애인 등 11명 고용 사업체로
물건 본 해외 수입업체도 관심
예손권애경

경북 청도에만 천연염색 업체가 30개에 이를 정도로 대구경북이 천연염색 집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청도군 이서면에 공장을 두고 대구 달서구 월배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예손. 사회적 기업 예손의 권애경 대표는 영남대 교육대학원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한 음악도이다. 고등학교 때 장애인 친구의 수화통역을 한 경험으로 특수교육학과 진학을 원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음악과로 가게 됐다. 성악을 전공하고 피아노 등 악기를 다루는 그녀는 1996년부터 안동 영명학교와 대구 선명학교에서 장애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뒤늦게나마 자신이 원하는 길을 확실히 찾게된다. 결국 2001년 뒤늦게 대구대 교육대학원에 특수교육 전공으로 입학한다. 이후 대구지적장애인 복지협회에서 청소년 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했고 현재는 대구 지적장애인 복지협회 달서구지부장을 맡고 있다.

2014년 건강이 나빠져 교사직을 물러난 뒤 취미로 천연염색을 시작했다. 선명학교 졸업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또 취업을 해도 오래 있지 못하는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천연염색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맨 처음에는 조그만 카트에 염색천을 올려 놓고 서문시장 등 시장을 돌며 팔아달라 부탁하고 다녔다고 한다. 피아노와 그림을 공부한 손재주와 예술적 감각이 있었던 탓인지 그녀의 제품은 시작한지 1년여 만에 재주문이 밀려드는 대박을 치게된다.

직원도 없다시피 시작한 사업이 이제는 장애인과 취약계층 등 11명을 고용하는 사업체가 됐다. 취약계층인 노령자와 경력단절자를 받아들여 함께 일하고 있다. 제자들인 장애학생들이 예손에 근무하려면 두달 동안 알바 겸 체험교육을 받아야 한다. 천을 잘 씻는 아이, 무늬를 잘 만드는 아이, 빨래 널기를 잘하는 아이 다들 특성이 다 있기때문에 재능에 맞게 실력있는 아이를 고용하고 있다. 과거의 어두운 색 위주에서 벗어나 좀 밝은 색을 도입, 색깔이 차별화 되면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지만 현재 물건이 없어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권대표는 “청도 공장을 오가며 열심히 만들고 있어도 천연염색의 특성상 하루 20개 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인을 써서 빨리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100만원을 주는 직원 한명을 두는 것 보다 50만원을 주는 두명을 더 고용해 장애 아이들의 일자리 만들어 주는 데 더 역점을 두고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예손은 오는 7월경에 대구시와 상의해 고용인원을 더 늘릴 계획이다.

최근 대구에서 열린 섬유박람회에서 예손의 물건을 본 중국과 두바이 수입업체에서 샘플을 요청하는 등 해외의 관심도 높다. 권대표가 만든 원피스는 한벌에 10만원에서 50만원까지 하는데 거래업체 한 관계자는 ‘서울에 가져가면 3배를 받는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화학옷이 아니라 아토피 개선에 좋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다시 염색해서 입을 수 있어 평생 가는 옷이다.

권대표는 일은 힘들고 많지만 고난속에 기쁨이 있다고 믿는다. “힘들어 죽겠다고 생각했다가도 이 일이 끝나면 무슨 기쁨이 찾아 올까 설램이 있다. 지역사회에서 취약계층과 함께 나누는 것이 이제는 삶의 목표가 됐다”며 환하게 웃는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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