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형 힐링 비슬산 개발
체류형 힐링 비슬산 개발
  • 승인 2017.06.0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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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
연구소장
‘앞에서는 비슬산이요 뒤에는 팔공산 둘렀다’. 이웃 사는 형이 심심하면 목청 돋워 불러대던 어느 고교 교가의 가사다. 음악시간에 배운 가곡 몇 곡과 애국가 등 행사 때 부르는 노래 빼고는 별로 아는 노래도 없었고 모범 학생은 유행가를 멀리하던 그 때, 단연 교가는 학생 애창곡이었다.

비슬산 노랫말의 교가는 지금도 후배들이 여전히 부르고 있지만 담장 넘어 교가를 들려주던 그 형은 팔순이 내일이다. 아내가 교회일로 만난 외지에 사는 교우 몇 명이 대구에 오고 싶다고 해서 초대한 일이 있었다. 점심 식사 후 대구를 구경시켜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었다. 평생을 대구에서 살아 온 나지만 그들을 안내 하여 갈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난 것이 팔공산 동화사다.

초여름 벚꽃이 지고 난 자리에 새 잎이 온 나무를 덮고 있다. 동화사 길목 삼거리 못 미쳐 줄지어 있는 마로니에는 먼지를 쓴 채 손바닥 모양의 녹색 잎들이 부딪끼고 있었다. 차를 몰아 파계사 쪽으로 들어가니 풀내음과 함께 짙은 녹음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시간이 많이 남아 그 다음 코스가 문제였다. 시내 구경을 시킬 분위기도 아니고 나이에 걸 맞는 곳을 구경시켜줘야겠다는 생각에 택한 곳이 합천 해인사다.

나이 들면 산이 좋고 골짜기의 물 흐르는 소리가 즐겁다. 맑은 하늘, 고즈넉한 사찰 풍경에 모두가 흡족해 한다. 절을 찾아 하루를 때웠지만 지금 생각해도 대구에는 외지인이 선호할 만한 마땅한 곳이 별로 없다.

대구라고 하면 섬유도시, 사과, 보수성, 덥다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보통이지만 보수성 말고는 다른 것들은 다 희색이 되었다. 수은주가 대구보다 높은 지역도 많아 더위도 들쑥날쑥이다. 대구시민들은 여름 대구의 날씨가 덜 더운 것은 신천이 단장 변모되고 나무를 많이 심어놨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면서 문희갑 전 대구시장의 치적을 입에 오르내린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후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자치단체장들은 버려져 있던 지역의 옛 문화를 재생하여 관광자원 만들기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현재 광관지·관광단지·관광특구를 지정·운영하는 곳이 296곳이나 된다. 관광정책으로 지역을 홍보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도록 함으로써 지역의 경제도 높이는 한편 자기의 정치적 입지도 세우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 간의 과열경쟁, 무리한 계획으로 지역경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더러 보게 된다.

대구는 늘 꼴찌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지리상 분지처럼 모든 것이 침잠해 있는 것이다. 대구 중구가 근세 문화를 재생시켜 관광을 위한 몇몇 장르와 루트를 만들고는 있지만 보통사람들을 많이 모으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관광의 선호는 나이나 취향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 사람들의 관광행태는 보고 먹고 즐기는 것 외에 건강이다. 이른바 자연과 접목하면서 행복을 찾는 힐링관광이다.

대구시가 비슬산을 대규모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플랜을 내 놓았다. 대구의 북쪽 머리 팔공산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남쪽 머리 비슬산은 참꽃단지로 이름이 나 있고 몇몇 놀이시설이 있지만 다수의 시민들이 찾지는 않는다. 이곳에 대구시가 6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체류형 힐링 관광거점’으로 개발하겠다고 한다. 비슬산은 중생대 백악기 화강암의 거석들로 이루어져 경관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산수국, 꽃장포, 풀싸리, 갈퀴나물, 범꼬리, 꿩의다리 등 정감이 가는 야생화가 많은 지역이다.

대구시는 이미 들어와 있는 관광시설에 덧붙여 화석박물관, 치유의 숲 등 관광 콘텐츠를 넓히고 특산물 판매장·먹거리지구·공영주차장·상가 등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광역자치단체인 대구시가 비슬산 관광개발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기초자치단체인 달성군도 허용된 역할의 범위 안에서 비슬산을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관광지로 만들어 갔으면 한다.

비슬산 관광개발이 수익성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만큼 중앙정부의 지원을 더 받을 수 있도록 대구출신 국회의원들도 이참에 힘을 모아주었으면 좋겠다. 흩어진 민심을 주워 담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권영진 시장이 대구대공원개발 계획에 이어 비슬산을 명품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의욕에 찬사를 보낸다. 계획은 성취되어야만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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