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든지 왔으면…
미친바람과 같이 휘몰려 다니는 이마음을
다만 한시라도 진정하련만
미쳐 날뛰는 이마음을 잊어버리련만
아무것도 오지 않느냐?
아아 이마음 사냥꾼의 창살에
배를 찔리운 이리와 같이
뛰며 부르짖으며 피를 흘리며…
아아 무어든지 오렴
좋고 나쁘고 착하고 악함을 묻지 않고서
허무에 싸인 거칠은 들과 같은 이마음의 위에로
몰리어다니는 무서운 바람을 가라앉히겠다
쌀쌀한 달밤
바람은 나뭇가지에 목을 매달고
지금 미쳐 날뛰는 거칠고 거칠은 이마음은
무엇이 오기를 그 무엇이 오기를 은근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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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 출생. 시인 소설가 평론가. 배재고보를 거쳐 일본 릿쿄오대학 영문학부 중퇴, 1923년 `개벽’에서 `애련모사’를 발표하고 같은 해 `백조’ 동인으로 동인지에 시를 발표.
1924년부터 1940년까지 매일신보, 시대일보, 중외일보 기자를 거쳐 매일신보 사회부장 등 언론계에 종사. 1945년 경향신문 주필. 1961년 재건국민운동 중앙회장 역임. 1985년 5울 82세로 타계. `고대하는 마음’은 곧 간절한 염원의 기도이기도 하다.
화자가 `고대하는 마음’은 한 개인의 바람일 수도 있고 나아가 한 민족의 소망일 수도 있다. 이 시를 읽노라면 `허무에 싸인 거칠은 들과 같은 이마음’에서 조국을 잃은 슬픔과 함께 광복을 바라 절규하는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깊게 각인돼 있다. `바람은 나뭇가지에 목을 매달고’ 있듯이…
이일기 (시인·계간`문학예술’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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