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이상한 취업률
<대구논단> 이상한 취업률
  • 승인 2009.12.0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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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학 안경광학과 교수)

얼마 전 모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에서 대학의 졸업자 취업률에 대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현재 교육부에 보고되고 있는 전국 대학들의 취업률 통계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상당부분 공감이 간다.

올해 교과부가 전국 371개 대학 졸업생 53만 여명을 대상으로 취업통계조사를 한 결과 대학졸업자의 취업률은 65%, 전문대 졸업생의 취업률은 83.7%로 조사되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국립대 보다 사립대 취업률이 높고 4년제 대학보다 2·3년제 전문대학의 취업률이 훨씬 높다는 통계조사도 있었다. 거기에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전국 대학들의 취업통계조사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면 취업률이 100% 가까운 대학이 있는가하면 95%이상인 대학들은 수두룩하다. 솔직히 말해 대학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청년실업이 심각한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생긴 신조어가 `학력유턴대학’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대졸자가 다시 찾는 대표적인 대학이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이다.

우리대학의 경우 몇 해 전부터 500명 이상의 대졸자가 입학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고 올해의 경우는 1,000명 가까운 대졸자가 원서를 제출했다. 그 중 200여명만 합격해 학교에 다니게 된다. 이런 사정을 워낙 잘 알다보니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다.

실상이 이런데 교과부에 보고된 대로 전국 대학의 취업률이 정말 그렇게 높다 면 어떻게 청년실업이 이토록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단 말인가? 얼마 전 OECD 및 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2005년 현재 우리나라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고용률은 76.8%로 OECD 30개 회원국 중 터키(76.1%) 다음으로 낮게 조사되었다.

`고용률’이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우리나라 대졸 이상 학력자의 고용률이 76.8%라는 것은 대졸자 100명 중 77명 정도만 일자리를 갖고 있고, 나머지 23명은 실직 또는 경제활동에 나서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고용률은 OECD 평균(84.1%)에 비해서는 7.3%포인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OECD 회원국 중 대졸 이상 학력자의 고용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로 무려 92%에 달했고, 스위스는 90%로 보고되었다. 노르웨이(88.8%), 영국(87.9%), 포르투갈(87.3%), 스웨덴(87.3%), 아일랜드(86.8%), 덴마크(86.4%) 등의 국가가 80%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고, 호주(84.4%), 헝가리(83%), 미국(82.5%), 캐나다(82.2%), 그리스(82%), 프랑스(81.6%) 등도 80%를 웃도는 수준이며, 일본(79.4%)과 터키, 우리나라가 80%를 밑도는 국가에 속한다.

지난해 서울대를 졸업한 4,331명의 졸업생 중 1,626명이 취업해 취업률 56.3%의 취업률을 보이며 전국 국립대중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취업률이 높은 것은 당연히 바람직한 일이지만 단순히 취업률이 높다고 좋은 대학이고 취업률이 낮다고 형편없는 대학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단지 취업률만으로 대학을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는 통계수치에는 나타나있지 않은 취업의 질적 수준 차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률로 대학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률이 높다고 보고한 대부분의 대학들이 통계수치와 순위를 가지고 홍보나 광고에 활용하고 있고 심한경우는 교모하게 조작해 광고에 이용하기도 한다.

수도권 A 대학의 경우 2007년 졸업생 중 90.6%가 취업해 전국 4년제 대학 중에서 10위를 기록했고, 2008년도는 90.8% 취업률로 11위였으나 입학홍보물과 버스 광고 등에서는 취업률 3년 연속 전국 1위로 홍보하고 있고, B 대학은 입학홍보물에 장학금 수혜율이 71.4%라고 밝혔지만 지난해 공시 수혜율은 55.2%로 나타났다.

경북지역 C 대학도 `정규직 취업률 3년 연속 1’위라고 홍보했으나 2007년 정규직 취업률은 73.8%로 전국 18위, 지난해는 74.3%로 17위였고, 수도권 D 대학도 `정규직 취업률 3년 연속1위’라고 입시전형 자료집에서 홍보를 하고 있으나 2007년 정규직 취업률은 79.4%로 전국 2·3년제 대학 중 25위였으며 지난해는 26위로 알려졌다.

과대허위 광고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뿐 아니라 지식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에서도 난무하고 있는 이 시대에 취업률 수치와 순위에 현혹되지 말고 소신을 가지고 꿈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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