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볶은 커피의 맛·향, 온전히 전달할 황금비율을 찾아…
내가 볶은 커피의 맛·향, 온전히 전달할 황금비율을 찾아…
  • 황인옥
  • 승인 2017.06.1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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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의 커피이야기 (14)간편한 핸드드립 커피기구-클레버 드리퍼
클레버 드리퍼 간편함에 빠져
사용 횟수 늘수록 호기심 발동
제작회사 추천 외 추출방법 연구
물·커피 양·시간 따른 맛 비교
실험 조건 4가지 경우로 설정
지인의 도움으로 실험 평가 진행
최적의 사용법 독자들에게 전달
누구나 쉽게 맛있는 커피 즐기길
추출실험준비세팅사진
추출실험 준비 세팅.

그렇게도 원했던, 씨앗 속에 잠든 커피의 영혼을 깨우는 심령술사가 되어버린 순간, 나에게 또 다른 미션이 주어짐을 알았다.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 오월의 신부처럼, 로스터의 열기 에 자신을 불살라, 매혹의 향미를 품은 영혼이 되어 버린 커피콩. 나에게 마지막 남긴 말은, ‘나의 향기를 마니아들에게 전해 줘!’였다. 커피를 사랑한 죄로, 영혼의 전달자가 돼버린 나는, 정점에 다다른 커피의 맛과 향을 훼손하지 않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커피클럽에 온 고객들 대부분은 가게에 와서 마신 커피와 집에서 만든 커피가 다르다고 했다. ‘왜 그럴까?’생각해보면, 그들이 사용하는 추출기구와 추출방법이 가게의 것과 다르고,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신선한 커피 속에 들어있는 풍부한 맛과 향미를 추출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찾고 있었다.

◇클레버(Clever) 드리퍼

아마 2008년 봄으로 기억된다. 서울에서 게이샤 커피의 커핑이 있는 날이었다. 그날 가까운 지인이 대만에서 만든 커피 추출기구라면서 클레버 드리퍼를 가져왔는데, 처음 본 느낌은 일본의 칼리타(Kalita) 드리퍼를 변형해놓은 것 같았다. 그날 커핑을 마치고 클레버 드리퍼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는 클레버 드리퍼를 직접 수입할 예정이라며 동참을 요구했다. 나는 그날로 클레버 드리퍼를 가져와 사용하면서, 그 간편함에 빠져들었다.

클레버는 칼리타 드리퍼 4인용과 크기가 비슷했다. 그래서 사용하는 종이필터도 카리타 4인용을 사용했다. 드리퍼 하단에는 실리콘 밸브가 부착되어 있어서 커피의 추출을 순간적으로 멈추게 할 수도 있고 흐르게 할 수도 있는 셧오프(Shut-Off) 밸브시스템이 장착돼 있었다. 클레버 드리퍼를 만든 회사는 타이완의 아비드(Abid Co.)회사로 오래전부터 차 추출 기구를 만들고 있었다. 그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차와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8종류 모델과 차만을 추출할 수 있는 1개의 모델, 그리고 커피 전용모델인 클레버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 모든 추출기구에는 그들이 만든 셧오프(Shut-Off) 밸브시스템이 내장돼 있었다.

클레버추출실험중사진
클레버 추출실험 중 사진.

◇클레버 드리퍼 추출과 황금비율을 찾아서

제작회사에서 추천하는 커피의 추출 레시피(Recipe)는 12온스(350cc)의 뜨거운 물에 분쇄된 커피 2스쿱(Scoops)을 넣고 3~4분 경과한 후 10온스(300cc)의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다. 더 많은 커피를 넣으면 진한 커피가 추출되고 물을 많이 넣으면 연한 커피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호에 따라 커피의 분쇄정도와 커피의 비율을 원하는 대로 조정하라고 기술돼 있었다. 참고로, 1스쿱의 커피양은 대략 11g 기준이었다. 나는 클레버를 사용하면서 처음에는 제작사가 제안한 방법으로 해보았다. 그러나 사용횟수가 거듭되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어느 정도 맛과 향미가 만들어졌지만 경험으로 볼 때, 추출방법을 바꾸면 좀 더 맛있는 커피추출도 가능할 것 같았다. 제조회사는 원래 커피전문 회사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사용자의 누적된 경험으로 클레버가 가진 최적의 황금 비율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최적의 추출법을 찾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동안 내가 시도했던 방법과 클레버를 사용한 사람들이 추천하는 방법을 모두 모아 봤다. 추출법은 대략 다섯 가지 유형으로 귀결됐다. 물과 커피 양의 변화에 따른 맛의 비교, 커피 분쇄입자의 정도에 따른 맛의 변화, 물의 추출 온도에 따른 맛의 변화, 추출 시간차이에 따른 맛의 변화, 추출 시 교반의 유무 등이었다. 그러나 이들 조건을 모두 조합해서 커피 맛을 비교해 본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맛에 영향을 적게 주는 요인을 사전에 제외시키기로 했다. 제조회사에서 최적의 맛으로 제시한 커피의 양과 물의 비율은 그대로 적용하고, 분쇄입자도 드립추출에서 사용하는 분쇄입도를 사용하기로 했다. 추출 온도는 95℃의 물을 사용했다. 이렇게 맛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줄이니, 최종으로 남은 변수는 추출시간의 차이에 따른 맛의 비교와 추출 시 교반유무에 따른 맛의 비교만 남게 되었다. 본 실험의 목적은 학술논문을 쓰는 것이 아니고, 클레버 드리퍼의 최적추출법을 찾아내는 것이기에. . .

실험조건은 다음 4가지 경우로 설정했다. 1번의 실험은 클레버 회사에서 추천하는 방법으로, 필터링하기 이전에 교반스푼을 사용해서 교반을 하고, 추출시간은 3~4분의 중간점인 3분 30초로 했다. 외국의 클레버 사용 사례나, 클레버를 사용한 추출법의 소개를 보면 대부분 3분 30초였다. 2번의 실험은 ‘1번’과 동일한 방법이지만 교반을 하지 않았다. 3번의 실험은 2번과 동일하게 하면서 추출경과 시간을 2분 30초로 했다. 단, 2번과 3번의 경우, 커피에 물을 주입하는 방법이 중요한 포인트인데, 주전자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이용해 커피입자에 와류를 발생시켜 커피세포 속에 침투하는 물을 균등한 조건으로 동시에 유입되도록 했다. 4번의 실험은 2번의 실험과 같이 물리적인 교반은 하지 않지만, 물을 붓는 것을 1/2씩 2회로 나누어 시행하면서 2회째 물붓기의 방법은 2번과 3번의 물 붓는 방법으로 했다. 그 이유는 먼저 부은 물 6온스(175cc)의 물이 분쇄된 커피 입자를 불려서 나중에 부은 6온스(175cc)의 물을 추가할 때, 불려 진 커피 입자를 교란함으로서 실제적인 교반효과가 있도록 했다. 추출시간은 3분 30초를 지켰다.

컵에클레버추출장면
컵에 클레버 추출장면.

◇실험의 결과

실험의 평가를 위해 평소에 커피를 즐겨 마시는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는 타 커피교육기관에서 커피 추출교육을 받아 미각이 훈련되어 있었고, 본 실험의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기에 흔쾌히 협조해주었다. 커피의 감별은 각각의 추출된 커피를 서버에 받아서 4개의 컵으로 나누어 담고 커핑 스푼으로 떠서 맛을 보았다. 물론, 서로 섞이지 않도록 사용한 스푼은 맑은 물로 씻어가면서 커핑 룰에 준하여 감별을 진행했다. 추출 직후부터 거의 체온에 가까운 온도로 낮아질 때까지 맛을 계속 추적했다. 그 결과는 <표-1>과 같다.

실험의 결과로 3번이 선정된 것은 사전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경험으로 오래전부터 해 온 방법이었다. 결국, 이날의 실험은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느낌을 갖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된 셈이었다. 나의 소망은 내가 볶은 커피의 맛과 향을 온전하게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뿐. 커피 영혼의 전달자로서, 커피는 ‘목 넘김이 부드럽고 편한 커피’, ‘누구나 부담감 없이 신선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커피’ 그리고 한 가지, 누구나 간편하고 쉽게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 클레버 드리퍼의 최적사용법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신선하고 좋은 커피를 마음껏 온 국민이 즐기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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