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는 왜 타조 알을 품으려는가 - 꿈은 위대하다
갈매기는 왜 타조 알을 품으려는가 - 꿈은 위대하다
  • 승인 2017.06.2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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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호주에서 관찰된 일이라고 합니다. 바닷가 하늘을 선회하던 갈매기가 사막 쪽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내려오더니 그것을 그윽하게 끌어안고는 눈을 감는 것이 목격되었습니다.

갈매기가 끌어안은 것은 타조의 알이었습니다. 타조의 알은 너무 커서 갈매기의 품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갈매기는 그 알을 놓치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해 날개를 펼치는 것이었습니다.

갈매기가 왜 타조의 알을 품으려 하는 것일까요?

모르기는 해도 다른 돌멩이와는 달리 완벽한 타원형 알인데다 크기가 보통의 알보다는 월등하게 커서 욕심이 생기지 않았을까 합니다. 어쩌면 갈매기는 그 타조 알이 자신의 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그 알을 자신이 품어서 부화시키면 자신을 닮은 큼직한 2세가 태어나 바다를 호령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갈매기는 타조가 와서 쫓아내어도 잠시 피했다가 다시 날아와 알 품기를 계속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갈매기의 행동은 그것이 본능적인 것이라 해도 매우 깊은 시사를 줍니다. 이 세상을 보다 강하게 살아남으려는 생각의 유전인자가 계속 발동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갈매기는 스스로의 모습을 계속 바꾸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바위 밑의 작은 물방울이 자꾸만 아래로 떨어지고 또한 자신의 몸집을 키우는 것과 같아 보입니다. 이렇게 움직이는 물방울의 궁극적인 꿈은 결국 바다에 이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처럼 새들이 알을 품는 것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이상이 들어있습니다.

첫째, 생명을 온전히 보존하려는 염원을 담아 포란(抱卵) 시작 시기를 정합니다. 알이 부화되었을 때에 물어다 줄 먹이가 많을 때를 가려 알을 품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새끼들이 입을 벌려 먹이를 찾을 때에 물어다 줄 먹이가 없다면 어미로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습니까?

새가 알을 품는 기간은 2주에서 한 달 사이입니다. 새는 대개 하루에 하나씩 알을 낳으며, 알을 품는 것은 마지막 알을 낳기 하루 전이나 마지막 알을 낳은 뒤 바로 시작합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알을 낳은 다음부터 품기 시작합니다.

이는 알을 동시에 부화시키기 위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부화 시기가 다르면 먼저 부화한 새가 먹이를 독차지하여 늦게 부화한 새는 제대로 자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알을 품으면서 희생을 감수합니다. 새가 날개를 접고 앉는 일은 매우 위험합니다. 뱀을 비롯한 여러 천적의 공격을 받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알을 품기 위해 날기를 포기하는 것은 더욱 깊은 사랑의 실천입니다. 차가운 알이 없도록 골고루 굴려주고 겉에 있는 알을 안으로 넣어 자리를 바꾸어 주기도 합니다.

알을 품는 동안 어미는 먹이도 제대로 먹지 않습니다. 먹이 없이도 자신의 체온을 모두 짜내어 알에게 골고루 나누어 줍니다.

셋째, 새들은 알을 품으면서 그 알 속에 자신이 바라는 바 염원을 담습니다. 이번에 깨어나는 이 알 속의 새끼는 보다 튼튼한 날개를 가졌으면 좋겠다, 보다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정확한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하는 등의 염원을 담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염원들은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마침내 실현됩니다. 정확한 눈을 가졌지만 수면에 반사되는 햇빛으로 눈이 부시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닷가의 새들은 대개 눈 아래쪽에 희거나 노란 반점을 가지는 것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야구선수들이 눈 아래에 검은 칠을 하는 것은 이를 흉내 낸 것입니다.

작은 물방울이 끊임없이 바다로 가려는 꿈을 가질 때에 더욱 아름다운 것처럼 새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가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이러한 새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들 또한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나가야 할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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