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청년단과 백색테러
서북청년단과 백색테러
  • 승인 2017.06.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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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2017년 6월 22일, 서북청년단 등 400여 명의 수구보수 단체 회원들이 사드가 배치된 성주 소성리 마을을 휘젓고 다니며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한 매체를 통해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관계자는 “이들은 혼자 일하고 있는 부녀회장을 둘러싸 온갖 욕설과 함께 난동을 부리며 모욕했다. 혼자 얼마나 무섭고 치욕스러웠겠냐”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주민들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해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면서 “서북청년단은 소성리 할머니들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투쟁하고 있을 때도 어르신들에게 ‘놀고 자빠졌네’ ‘전부 좌빨 빨갱이들’이라며 야유했다”고 한다. 한편 경찰을 향해 “이들이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는 동안 그 많은 경찰 병력은 도대체 뭐 하고 있었느냐”고 비판했다.

성주투쟁위에 따르면 그 날 난동을 부린 그들은 밭에서 일하고 있던 한 할머니에게 이장의 소재를 물으며 사드반대가 적힌 밀짚모자를 쓴 것을 보고 “빨갱이”라고 욕을 하며 밭 바로 옆에서 오줌을 휘갈기며 성희롱까지 일삼았다고 한다. 마을 이장에게는 “종북좌빨의 돈을 처먹고 사드반대를 종용하는 자가 이장이다”라면서 거짓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소성리 주민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들은 “빨갱이를 죽이자!”며 말도 안 되는 종북몰이를 자행하며 주민들을 겁박했다. 그 뿐만 아니라 몇 명씩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마을 입구와 원불교 성지의 사드반대 현수막과 깃발 등을 훼손하였고, 그 자리에 자신들의 현수막을 게시하기도 했다.

2014년 9월, 눈앞에서 자식이 죽어가는 것을 속수무책 지켜봐야 했던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 뜬금없이 서북청년단이 나타나 자식 잃은 부모들을 모욕하며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 된 적이 있었다. 그런 그들이 다시 성주에 나타나 생존권과 내 나라의 평화를 지키겠다며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빨갱이’라고 협박하며 백색테러를 자행하고 있어 섬뜩하면서도 매우 우려스런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백색테러는 암살, 파괴 등의 수단을 통해 정치적 목적 달성을 꾀하는 극우세력의 테러 행위로서 미국의 인종차별단체인 KKK단이 대표적 백색테러단체로 거론된다고 한다. 한편 서북청년단은 월남한 이북 각 도별 청년단체가 1946년 11월 30일 서울에서 결성한 극우 반공단체이다. 당시 식민지 시대의 경제적·정치적 기득권을 잃고 남하한 지주 집안 출신의 청년들이 주축이 돼 결성되었다. 백범 김구선생을 암살했던 안두희도 서북청년단의 일원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서북청년단은 제주도 4.3 항쟁에서 미군정에 의해 민중들을 공격하는 하수인이 되어 갈취와 약탈, 폭행을 비롯해 무자비한 살상을 주도했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다. 당시 서북청년단이 아이와 여성, 노인들을 포함한 민간인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증언을 보면, 그들의 행위는 차마 떠올리기조차 숨이 막히는 추악하고 잔혹하기 그지없는 백색테러였다. 물론 그들을 앞세웠던 미군정과 백색테러 만행을 방관한 이승만 당시 대통령 등 지배권력에 대한 학살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하겠지만, 치욕적이고 야만적인 방법으로 민간인 학살을 수행했던 서북청년단의 만행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역사가 기억하게 해야 할 것이다.

제주 4.3항쟁의 피해자들이 아직도 생존해 있는 지금 ‘서북청년단’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재건되어 민주주의와 평화를 외치는 국민들을 향해 백색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현실이 끔찍하고도 슬프다. 자신의 생존권과 이 땅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투쟁하는 국민들을 ‘종북몰이’하는 백색테러 집단은 이제 이 땅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다양한 가치와 사상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권과 인권, 존엄성이 존중 받는 선에서만 가능하다. 무고한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반공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잔학하게 짓밟고 살상했던 무리들이 다시 이 땅에서 활개 치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 그리고 만약 경찰이 그들의 이와 같은 만행을 추호라도 방조한 사실이 있었다면 민주주의 파괴를 방조한 응분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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