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의 선택
솔개의 선택
  • 승인 2017.06.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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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부국장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우화가 ‘솔개의 선택’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중요한 변화를 위한 선택의 기회가 와도 용기 있는 결정을 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선택(Choice)과 결정(Decision)의 순간에서 망설이기 마련이다.

수명이 약 70~80년으로 긴 솔개는 40년 정도 살면 부리는 구부러지고 발톱은 닳아서 무뎌지고 날개가 무거워져 날기 힘든 모습으로 변한다. 이 때 솔개는 중요한 선택을 한다. 그렇게 서서히 죽느냐 아니면 고통스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 것이냐? 변화와 도전을 선택한 솔개는 바위산으로 날아가 둥지를 틀고 자신의 부리로 낡고 구부러진 부리가 다 닳아 없어질 때 까지 쪼아버린다. 닳아진 부리 자리에서 매끈하고 튼튼한 새 부리가 자라난다. 그리고 새로 나온 부리로 자신의 발톱을 하나씩 뽑기 시작한다. 낡은 발톱을 뽑아 버려야 새로운 발톱이 나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새 깃털이 나오도록 무거워진 깃털을 하나하나 뽑는다. 그렇게 생사를 건 130여 일이 지나면 솔개는 새로운 40년의 삶을 살 수 있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현재 대구와 경북이 처한 위치가 솔개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 지난 5월 10일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보수의 중심지인 대구와 경북이 고립될 것이라는 우려와 탄식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첫 개각에서 대구와 경북은 사실상 소외됐다. 대구의 현역인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구 갑)이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됐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인 점을 감안할 때 대구와 경북을 대변할 인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동안 보수 쪽으로 치우친 지역 정서 탓에 다양한 정당과 인재를 배출하지 못한 결과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그랬듯이 새 정부와 소통의 고리가 될 인사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내년도 예산 심의에서 대구와 경북의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거나 삭감되는 등 국비 예산 확보에 난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5월 말 현재 대구시가 국토교통부에 신청한 내년도 국비 예산 2천929억원 중 반영 규모는 271억원으로 정부 반영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북도는 내년도 SOC사업 예산으로 2조4천985억원을 신청했으나, 부처 반영액은 1조289억원으로 50%가 채 되지 않는다. 최근 경북도에서 발표한 ‘대구공항 통합이전 주변지역 지원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공항 이전 총사업비 6조7107억원 가운데 이전지역 정부 지원사업비는 3000억원(4.5%)이다. 광주공항 지원비는 4120억원으로 전체 사업비 5조3655억원의 7.7%이며, 수원공항 지원비는 5111억원으로 전체 사업비 7조원의 7.3%이다. 대구공항 이전 지원사업비 비중이 다른 공항보다 현저히 낮아 지원사업 실행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분석했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구와 경북의 국회의원 25석(대구 12, 경북 13석) 가운데 23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21석)과 바른정당(2석) 의원들 대부분이 집안싸움에다 현 정부와 대립각만 세우고 있을 뿐 지역 현안과 발전을 위해 진심으로 고민하는 목소리를 내는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벌써부터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3선인 김관용 현 경북지사를 이을 새 도지사와 대구시장 선거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아직까지도 누가 나오든 보수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지역의 정서에 기댄 기대심리 탓이다.

이처럼 진보정권이 출범할 때 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현상은 다양성이 부족한 지역의 정서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보수는 국민들에게 과거 세력, 낡은 세력으로 인식되면서 젊은 세대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상황인 점을 비추어 볼 때 이제는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솔개의 환골탈태의 교훈을 배워 과감한 인적 쇄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이념의 창출과 혁신 등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절실하다. 지난 총선에서 작은 변화가 생겼다. 더불어 민주당 김부겸· 홍의락 의원(당시 무소속) 등 진보성향의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았다. 보수로 낙인찍힌 대구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다행스런 일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대구와 경북 민들은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할까. 솔개의 선택과 같은 변화를 통해 새로운 지역으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이대로 주저 앉을 것이냐의 기로다. 그 결정으로 얻게 될 변화는 대구와 경북의 미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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