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가면 서울이 안 나온다
모로 가면 서울이 안 나온다
  • 승인 2017.06.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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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예임산악회에서 응봉산에 갔다. 가는 동안 차안에서 김정호 교장이 논어 이야기를 했다. 사마천의 사기에 있는 내용과 관련지어 이해가 쉽게 설명하였다.

‘공자는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섰으며, 마흔에 미혹하지 않았다. 그리고 쉰에 천명을 알았고, 예순에는 귀가 순해졌으며, 일흔에는 마음이 하고자 함을 따라 행동해도 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그중에서도 ‘일흔에는 마음이 하고자 함을 따라 행동해도 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에 대한 해석이 재미있었다. 종(從)은 따라감이다. 구(矩)는 ‘ㄱ’자 모양의 곱자로 모난 것을 다루는 도구이다. 사람이 살아가고 살아오면서 칠십까지 법을 지키고 살았으니까 이제는 자기 마음대로 행동해도 결코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젊은 사람처럼 법도에 맞지 않는 행동을 아무렇게나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편안하게 행동하고 무리하며 힘쓰지 않아도 맞춤처럼 저절로 맞음을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라 했다.

다산 정약용도 ‘바르고 착한 마음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어떤 행동도 법도를 넘지 않는다.’고 하였다. 만약에 보통 젊은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다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면 자칫 도리에 어긋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모습의 종심소욕은 법도가 아니다.

응봉산은 어느 곳에서 올라도 만만찮은 산이었다. 칠십이 넘은 어르신들이 숨을 헉헉거리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더러는 내려오는 사람도 있어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궁금해 물어 보았다.

“몰라유! 올라가 보시랑께.”하였다. 잠시 후 산을 종주하고 내려오는 젊은 사람들을 만났다. 울진 덕구온천에서 올라오는 길은 경사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힘들었단다.

함께 걷던 우리의 일행 한 사람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하면서 열심히 걸었다. 응봉산 정상에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을 터인즉 목적만 이루면 된다는 의미이다. 우리생활에 일상화 된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이치에 맞지 않고 언어의 유희이다. 말장난이다.

‘모로 가면 서울이 안 나온다.’ 모로 가는데 어떻게 서울이 나오겠는가? 비껴서 가는데, 옆쪽으로 가는데, 반대쪽으로 가는데 서울이 나올 리가 없다.

양혜왕이 조나라를 공격하려 하였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신하 계양이 순시를 나갔다가 급히 서울로 돌아왔다. 의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입궐하여 양혜왕 앞에 꿇어앉았다. “제가 이곳으로 급히 오는데 한 사람을 마주쳤습니다. 그 사람은 북쪽을 향하여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멈칫하더니 초나라 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저는 남쪽으로 쭉 가면 초나라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북쪽으로 가던 길을 그대로 갔습니다.

그 사람에게 그 쪽이 아니라고 재차 가르쳐 주었는데도 그 사람은 ‘내가 탄 말은 훌륭한 말입니다.’하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말이라도 초나라 가는 길이 아닙니다.’하고 재차 말하자. 그 사람은 이번에는 ‘가지고 있는 노자가 두둑합니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아무리 노자가 풍부해도 초나라 가는 길이 아닙니다.’하고 또 다시 말하자. 이번에는 ‘마부가 천하제일 가는 사람입니다.’하고 막무가내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의 초나라 가는 길은 더더욱 멀어질 뿐입니다.

지금 전하께서는 패왕의 길로 가려고 하십니다. 우리 군사들 힘만 믿고 조나라를 공격한다면 전쟁 횟수가 거듭될수록 패왕의 길로부터는 더 멀어지게 됩니다. 마치 초나라를 가려는 사람이 북쪽을 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하고 간곡히 아뢰었다. 전국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응봉산 정상에서 덕구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은 매우 가팔랐다. 깊은 산속에는 몇 백 년 넘은 아름드리 금강송이 키 재기를 하는 듯 자태를 뽐냈다. 목을 움츠리고 꼬리를 사린 모습이다. 남이 알게 되는 것을 꺼리고 두려워하기 때문일까? 경이롭다. 애면글면 오르고 내려온 덕에 좋은 금강 소나무들을 보았다.

‘모로 가면 서울이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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