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생존 전략 - 현장은 치열하다
진화하는 생존 전략 - 현장은 치열하다
  • 승인 2017.06.2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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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뻐꾸기는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다 자신의 알을 낳습니다. 이른바 탁란(托卵)입니다. 그리하여 자신은 힘을 들이지 않고 새끼를 부화시킵니다. 참으로 뻔뻔스럽습니다. 자기보다 훨씬 작은 붉은오목눈이에게 부화를 맡기고 자신은 유유자적하다니!

그런데 최근 마냥 당하기만 하였던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반란을 일으키는 모습이 포착되었다고 합니다. 자기 둥지에 낯선 알이 보이자 부리로 쪼아 괴롭히는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낯선 알을 깨어버리려고 안간 힘을 썼지만 깨어지지 않자 이번에는 둥지 밖으로 밀어내려고 애쓰더라는 것입니다.

이는 그 동안 보아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혁명적인 모습입니다. 그 동안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수도 없이 많은 뻐꾸기 알을 부화시켜 주었습니다.

알이 커서 다른 알보다 먼저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진짜 주인인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어버리고 자신이 먹이를 독차지 하였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주었습니다.

새끼 뻐꾸기는 주인인 붉은머리오목눈이 보다도 훨씬 컸습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자신의 새끼가 크고 튼튼한 줄 알고 날개가 빠지도록 날아다니며 먹이를 물어왔습니다. 그러나 다 자란 뻐꾸기 새끼는 그 동안 포근했던 둥지를 박차고 날아 가버립니다. 그것도 그냥 가는 것이 아니고 날갯짓을 요란하게 하여 둥지마저 반쯤 부숴놓고는 가버립니다. ‘고맙다’는 말은 아예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서서히 그 알의 정체를 짐작하는 모양입니다. 자신의 알을 잘 구분할 줄 아는 눈을 길러야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물론 아직도 대다수의 붉은머리오목눈이들은 뻐꾸기의 알을 품고 있습니다. 새들에게 있어서 알은 종교나 같은 것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갈매기가 해안가를 날아가다가 모래밭에 놓여있는 큰 타조알을 보고는 품으려 했을까요? 갈매기는 주인인 타조가 쪼아도 날아올랐다가는 다시 내려와 타조알을 품곤 한다고 합니다. 무엇이 이 갈매기들에게 자기보다 더 큰 알을 품게 만들었을까요?

커다란 알을 통해 자신의 유전인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지기를 바라는 본능이 작동하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낯선 알을 가리게 되었다는 것은 뻐꾸기의 전략 실패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서너 개의 알을 낳아두었을 때에 자신이 알을 슬그머니 집어넣어야 모르고 품지, 아무 것도 없는 둥지 바닥에 덜렁 낳아두면 금방 낯선 알이라는 것을 눈치 챌 것입니다.

모든 조류들이 본능적으로 큰 알을 선호한다는 것을 역이용하여 뻐꾸기는 몸이 작은 콤플렉스를 가진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알을 낳지만 너무나 생뚱맞으면 금방 탄로 나는 것입니다. 일종의 심리적 게임입니다.

냇가에 알을 낳는 물새들은 자신의 알 껍질에 갈색 무늬를 넣어 둘레의 자갈돌과 구분이 잘 되지 않게 합니다. 다른 포식자들로부터의 희생을 막기 위해입니다. 이처럼 새들은 온갖 지혜를 다 모아 알을 낳고 품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세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한 상거래가 아니고서는 어느 기업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할 만큼 각종 앱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세계의 거대 유통기업들은 하나 같이 인터넷 환경을 이용한 기업들입니다.

종전의 디지털 카메라는 화소 전쟁이었지만 지금은 얇고 가볍게 만드는 슬림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그렇듯 세상의 모든 생존전략은 진화합니다. 이 진화의 속도에 맞추면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사라지고 마는 냉엄한 세상에 우리는 던져져 있습니다.

자, 우리는 앞으로 어떠한 생존전략을 세우고 실천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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