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이 남긴 교훈
프로듀스 101이 남긴 교훈
  • 승인 2017.06.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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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프로듀스 101 시즌 2’가 끝난 지 2주가 지났다. 하지만 지금도 인터넷 상에서는 이들과 관련된 뉴스들이 끊임없이 재생산 되고 있다. 프로듀스 101이 이토록 화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프로듀스 101 시즌2는 지난 4월부터 M·net에서 시작한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시즌 1을 시작하며 모두 11명의 멤버를 뽑아서 ‘IOI’라는 여성 걸그룹을 탄생시켰다. 이 걸그룹이 예상 외의 큰 인기를 누리자 M·net에서는 올해는 걸출한 보이그룹을 데뷔 시키겠다는 목표로 시즌2를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부분의 팬덤이 ‘오빠부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예상됐던 일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딸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마 예외 없이 금요일 밤 11시에 M·net을 시청해야 했을 것이다. 중3짜리 딸을 키우는 우리 집 역시 새벽이 1시가 넘어도 끝나지 않는 TV프로그램을, 때로는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때로는 장탄식을 연발하는 딸아이와 함께 지켜봐야했다.

이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라면 11명의 멤버를 뽑는 선택권을 100% 시청자가 갖는다는데 있다. 내가 원하는 연습생(데뷔 전까지는 모두 연습생 신분이다)을 계속 보려면 무조건 다른 연습생보다 투표수가 앞서야 한다. 그러니 어떤 연습생의 팬이 되면 그의 투표수를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매일 하루에 한 번씩 투표를 하고(투표는 하루에 한 번씩 할 수 있다.) 한 계정으로는 한 번밖에 못하니까 가족 핸드폰을 빌려서 또 하고, 지인들에게 연락해 투표하도록 종용한 것은 그나마 애교다. 중국에서 불법으로 계정을 사서 투표를 하기도 하고, 트위터에 멤버의 후원계좌를 만들어 조공(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큰 선물을 하는 것)을 하고, 지하철이나 버스에 특정 멤버의 광고판을 만들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이런 방식을 그저 ‘과열된 오빠 부대’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예전의 오빠부대와는 다른 점이 있다. 과거의 오빠부대는 이미 완성된 아이돌을 응원하는 형태였다. 이들에게는 ‘그 오빠를 좋아한다.’는 선호만 있었지, ‘그 오빠는 내가 키웠다.’는 자부심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팬들은 아이돌이 가지는 팬덤에 자신들의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11명에 발탁되지 못한 자신의 연습생을 자신들이 데뷔 시키겠다고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다.

프로그램을 본 사람마다 지적하는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아직 미성년이거나 미성년을 막 벗어난 아이들을 잔인하고 살벌한 환경 속에서 끝없이 경쟁하도록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나 역시 ‘저 프로그램은 명백히 인간학대 프로그램이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많다.

그런데 아이들은 왜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것일까? 왜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을 데뷔시키기 위해 저토록 최선을 다하는 것일까? 왜냐하면 지금 프로그램에서 쓰고 있는 바로 그 방식이 자신들이 현실에서 겪고 있는 환경과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자신들을 키우고 있는 환경이 프로듀스 101 못지않게 잔인하고 살벌하기 때문이다.

학교와 학원에서 끊임없이 경쟁시키고, 잘하지 못하면 야단치고, 이번에 떨어지면 끝이라고 윽박지르고, 선택받지 못한 아이는 패배자 낙인을 찍는 것은 프로듀스 101과 한국 교육이 판박이처럼 똑같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자신들은 평소에 어른들로부터 겪었던 방식을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에게 똑같이 쓰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프로듀스 101을 보는 순간만큼은 부모의 입장이 된다. 부모가 했던 것처럼 자신의 연습생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때로는 야단치면서, 절대 경쟁에서 밀려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프로듀스 101에 지원했던 연습생은 모두 101명. 그들 중 이번에 발탁된 11명을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가진 채 남은 인생을 또 살아나갈 것이다. 악플에 울고 탈락에 좌절했을 아이들에게 이건 성장과정일 뿐이라고 말하지 말자. 그들은 패배자가 아니다. 그저 다 같이 우리의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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