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여성 UP 엑스포’ 유감
‘2017 여성 UP 엑스포’ 유감
  • 승인 2017.07.0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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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지난 6월 30일과 7월 1일 양일에 걸쳐 대구 엑스코에서 ‘2017 여성 UP 엑스포’가 열렸다. 대구광역시가 주최하고 (사)대구광역시여성단체협의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양성평등주간(7월 1일~7일)을 기념해 개최됐다.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도시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정치적 성향 뿐 만 아니라 성차별에서도 보수적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대구 여성의 혼인율은 11.5%로서 7대 광역시 중에서 최하위의 기록이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의 ‘2017 대구 여성의 삶’ 통계에 따르면 기혼여성 10명 중 3명이 ‘전적으로 가사를 책임진다’고 응답했다.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13.7%로 이 또한 7대 광역시 중 제일 낮았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여성 50.9%, 남성 72.4%였고 월평균 임금은 여성이 143만3000원, 남성은 244만3000원으로 여성임금이 남성임금의 58.7%에 불과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대한민국 보수의 중심지에서 시가 주체가 되어 ‘양성평등’ 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주제로 행사를 추진한 것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그럼에도 필자는 ‘여성 UP엑스포’의 내용과 진행 과정에 매우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선 행사의 주체는 대구광역시이지만 주관단체가 ‘대구광역시 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로 되어 있다. 주관단체는 행사의 실무를 맡아야 한다. 하지만 필자가 아는 바로는 2017년 ‘여성 UP 엑스포’의 실무는 대부분 공무원과 여협 소속이 아닌 단체들이 맡아 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구여성의전화는 대구시의 ‘대구아동여성안전지역연대’(이하 아연대) 소속 단체이다. 여성단체협의회 소속단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본회의 활동가는 아연대의 요청으로 본회의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간 협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본회로 행사 초대장이 오기 전까지는 실무를 맡았던 본회 활동가마저 ‘여성 UP 엑스포’의 주관단체가 ‘여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여협이’ 주관이라면 주관단체가 움직여 실무를 해야 하지 않는가. ‘여협’ 주관 행사를 공무원이 모두 움직일 것 같으면 주관단체를 왜 ‘여협’으로 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 그리고 ‘여협’과는 관련이 없는 단체들이 ‘여협’ 주관 행사인지도 모르고 많은 시간 봉사를 했다는 것이 허탈하기 그지없다. ‘양성평등’이라는 의제에 동의를 했기에 시와의 협치를 위해 봉사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인데, 엉뚱한 단체에 들러리를 선 꼴이 되어 불쾌함을 떨쳐 버릴 수 없는 행사였다.

전통적으로 ‘여협’은 여성의제를 다루고 행동하는 단체라기보다 전통적인 여성성을 지지하며, 정부행사에 동원되는 관변단체의 성격이 강한 단체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양성평등’(지금은 성평등이 대세다)이나 ‘일·가정양립’과 같은 의제들은 오랜 기간 진보적인 여성운동진영의 헌신적인 운동의 성과로서 그나마 오늘날과 같은 이슈를 만들어 내는 환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협’이 걸어 온 역사적 과정을 보면 여성의 인권과 노동권 등을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는지 매우 의구심이 든다.

여성의 노동권과 평등권 등은 결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이번 ‘여성 UP 엑스포’를 지켜보며, 마치 시 공무원들이 여협행사를 대신 맡아 하는 것처럼 보여 고개가 갸웃 거려지는 것이다.

‘양성평등’이나 ‘일·가정 양립’과 같은 여성의제들이 사회적으로 실현이 되려면 이와 같은 전시적 행정보다 대구지역의 성차별현실에 대한 인식과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사회적 조건들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시에서 주장하는 ‘일·가정양립’은 남성의 일·가정양립이 아닌 여성의 일·가정양립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근본적으로 양성평등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일·가정 양립’은 이제 여성의 문제가 아닌 남성에게도 당연한 책임으로서 사회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성평등이나 여성의 평등한 노동권 등에 대한 정책이나 사회적 해결에 대한 고민 없이 전통적인 관변단체인 ‘여협’을 앞세워 전시행정으로만 그친 ‘2017 여성 UP 엑스포’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의제만 조금 앞선 ‘관변전시엑스포’였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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