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유감
청문회 유감
  • 승인 2017.07.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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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제 눈의 들보는 못 보면서 남 눈의 티끌은 산더미 같이 보이는 사람도 있다. 거기서 거기쯤 모두가 엇비슷한 진흙탕 속에서 구르는데, 서로가 서로를 저울질 한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다.

시시각각 진행돼 온 요즘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다 보면, 세상은 참 요지경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생중계로 진행되는 청문회장을 지켜보노라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어떤 이는 나라를 위해 중요한 자리에 앉으면 절대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저 정도면 된 것 같은데 줄기차게 물고 늘어지는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밉살스런 경우도 있다. 질문을 해대는 국회의원이 청문을 당하는 인사보다 더 밉살스럽고, 더 부패해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청문회장이 요지경 같다.

도덕적으로 잘못된 과거의 일이 있었다고 그 사람이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도덕적으로 해이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단정은 지나친 것이다. 과거의 잘못을 뼛속 깊이까지 반성하고 오히려 누구보다 자신에게 준엄한 잣대를 들이대 맹렬하게 선한 재기의 삶을 살아온 사람도 필시 있을게다. 세탁기에 넣고 돌리더라도 때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의 청렴한 삶을 살아 온 어떤 이가 어느 날 감투를 쓰고부터는 확 달라져 누구보다 구린내를 풍길 개연성도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작금의 청문회는 더욱 우습다.

사실 그 감투를 쓸 만한 자격을 가졌는지, 또 그만한 능력을 겸비하고 있는지를 주로 짚어보아야 할 청문회가 아닌가. 그런데 거의 모든 과정은 정치적으로 진행된다. 그 사람의 능력은 젖혀두고 도덕성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인가 하면 심지어는 같은 국회의원 출신이라고 웃고 떠들다가 패스 카드를 쉽게 던진다. 현 정권이 나와는 반대 측이니 무조건 끌어내리려는 자가 있는가하면, 솔직히 후보자가 기준에 부합된다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아군의 진영에서 발탁된 사람이니 그의 흠결을 지그시 외면하는 이도 필시 있었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그러면 안된다. 그러라고 국회의원을 시켜준 것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국회의원만 되면 당리당략에 휘둘려 정상적인 자신만의 줏대 있는 목소리는 실종되고 만다.

그래서 요즘 진행돼 온 청문회가 몹시도 유감이다. 본질은 온데간데 없고 정치적 계산만 넘실거리기 때문이다. 하긴 이런 모습이 더욱 정상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 즈음이면 어쩌다 이런 비정상을 정상이라고 받아들여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 정치 풍토가 썩어버렸을까 하는 자조감도 든다. 정당한 레이스와 정상적인 견제는 실종되고, 물어뜯기 위한 자극적인 표현만이 서로의 진영을 겨누고 있는 ‘아찔한 활시위’와 같은 이런 정치 풍토의 나라가 웬 말인가.

더 우스운 것은 그러다가 결론은 역시 ‘눈 가리고 아웅’식이 되고 마는 것이다.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등용될 사람은 등용되니, 오히려 스스로 자신의 모자람을 인정하며 미리 사퇴하는 사람이 더욱 바보가 되는 꼴이다.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감투를 쓰게 된 사람에게 입각을 반대한 국회의원이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은 훈훈한 것인지, 씁쓸한 것인지… 이쯤에서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해진다.

대구에서는 이런 우스운 장면을 보고싶지가 않다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권영진 대구시장의 공약에 따라 대구시 산하 공기업 수장에 대한 사전 인사청문회가 도입돼 조만간 첫 대상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게 됐다. 그런데 청문회를 위해 대구시와 시의회가 협약을 맺자마자 숱한 우여곡절이 팡팡 터지고 있다. 첫 청문회의 유일한 대상이었던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친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지 못해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사장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한 것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재공모에 지원해 대구시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이는 그 사람 외에는 없는 판국이다. 그래서 졸지에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공모는 또 물거품이 될 지경에 처했고, 이때문에 ‘대구시의 인사 난맥상’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런데 대구시의 인사청문회 참석 동의서를 받은 그가 다시 마음을 바꿔 후보 사퇴를 번복, 청문회를 받겠다고 했다. 수십년의 공직생활을 무리 없이 잘 마무리 했고, 또 이미 도시철도공사 사장직을 몇 년씩 큰 과오 없이 잘 수행해 온 사람이 그다. 모름지기 청문회 때문에 당황스러워 모든 것을 포기했다가 적임자가 없어 대구시 인사 난맥상마저 보이니 다시 해보겠다고 나선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청문회 진행 사실을 미리 알지 못한 상태에서 지원했던 사장 자리, 갑자기 청문회가 끼어들었으니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수십년의 공직생활과 삶 전체가 공개적으로 도마에 얹혀 만신창이가 되도록 발가벗기우고 씹히는 작금의 국회 공직자 인사청문회가 그에게서 오버랩되지 않았을리가 있겠는가. 다행히 그가 용기를 냈다.

바라건데 대구시의회의 청문회장은 제발 국회 청문회장 같은 아수라장이 재연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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