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인간 ‘외찌’의 병
얼음인간 ‘외찌’의 병
  • 승인 2017.07.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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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중리초등
학교 교장
산청에 있는 동의보감촌에 갔다. 그 곳 한의학박물관에는 ‘아이스맨 외찌’의 모형을 전시하고 있었다.

원래 ‘외찌’는 1991년에 알프스산맥의 3200m 얼음 속에서 발견된 미라의 이름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 미라는 이탈리아의 볼차노시 고고학박물관에 발견당시의 환경과 같이 만들어진 곳에서 보관하고 있단다. 발견 당시엔 ‘외찌’가 추위와 굶주림에 죽었을 것이라고 다만 추측 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후의 연구결과는 ‘외찌’는 전쟁 중에 돌화살을 왼쪽 어깨에 맞았고 그 충격으로 땅에 넘어지면서 뇌진탕으로 죽었음을 확인하였다.

‘외찌’는 방사선연대측정 결과 5300년 전 유럽 사람이었고, 여러 가지 과학적 방법의 연구결과 키는 160cm 정도의 45세 남자임이 밝혀졌다. 또 ‘외찌’의 내장기관을 분석하던 중에 기생충이 발견되었고, 피부 여러 곳에는 문신의 흔적이 있었으며, 몸에는 자작나무 버섯도 소지하고 있었다.

산청 동의보감촌에서는 ‘외찌’가 숨기고 있던 의학 비밀을 밝힌 점이 눈에 띄었다. ‘외찌’의 내장기관에서 기생충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위장병을 앓았을 것이고 설사도 하였을 것이라 추측한 점이다. 그 치료의 방법으로 자작나무 버섯을 이용하여 변비를 없애고 위장의 통증을 다스렸을 것이라는 가능성이다. 한의학적으로 자작나무 버섯은 천연항생제이다.

또한 ‘외찌’ 몸에는 59개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부위가 우리 몸의 경혈위치와 아주 동일한 지점으로 추측한 점이다. 양쪽 무릎, 발목, 손목, 팔꿈치, 어깨 등의 부위였다. 이것은 어쩌면 관절 통증 치료를 위한 침술의 초기 흔적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명의 허준은 어린 시절 할머니의 고향인 산음(산청)에 갔다가 당시 유명한 유의태를 만나서 동의공부를 하였다는 전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어떻든 허준은 최초 저작인 학습용 의학교재를 발간으로 시작하여, 한글 번역 의서, 전염병 전문 의서를 간행하였다. 그리고 종합 임상 의서인 ‘동의보감’을 간행하였다. 동의보감은 선조의 명령으로 여러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허준이 편찬한 종합 의서로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십오륙 년 전 드라마 ‘허준’에서, 주인공은 집단 전염병(역병)으로 죽어가는 아이에게 알약의 형태로 뭉쳐 만든 환약을 나누어준다. 허준도 결국 역병에 걸린다. 허준은 스승인 유의태가 반위(위암)로 죽으면서 신체를 해부해보라는 유언을 실천했던 기억을 회상한다. 허준은 오른손에 평생을 써왔던 침을 움켜쥐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최선을 다해 평생을 살았고 모두를 위해서 의술을 실행했던 허준은 진정한 의성이었던 것이다.

중국의 명의 중에 사마천이 쓴 사기에 나오는 편작은 수학과 자연과학으로 매사에 정밀하고 명확했던 사람이다. 원래 성은 진이고 이름은 월인이다.

편작이 곽나라를 방문하였을 때 태자가 병으로 죽었다. 편작은 궁중으로 들어가 죽은 태자의 몸을 살핀 후 왕에게 “태자의 병명은 시궐(尸蹶)입니다.”하였다. 시궐은 아무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정신이 혼미하여 까무러치는 병이다. 이런 일은 대개 체내에서 오장의 기운이 치솟을 때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원인이다. 한의학에서는 뇌진탕이나 가스 중독과 같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증상이라고 한다.

원인을 살핀 편작은 괵나라 죽은 태자의 삼양·오회에 침을 찔렀다. 삼양은 방광에 속하고 콩팥에 이어지는 경혈이다. 오회는 백회 즉 정수리를 말한다. 조금 있으니 태자가 소생했다. 그 일로 천하 사람들이 ‘편작은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고 하였다.

편작이 말하는 고칠 수 없는 여섯 가지 병이 있다. 교만해서 인간 도리를 무시하고, 몸보다 재물을 중히 여기며, 음식을 가려 먹고, 오장에 기운이 불안정하고, 몸이 쇠약하여 약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의사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다. 이 중에서 한 가지라도 있으면 치료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한 편작도 진나라의 이혜가 보낸 자객에 의하여 죽었다. 위나라의 명의인 화타도 조조에 의해 감옥에서 죽었다. 그들은 불행한 생을 마쳤다.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질병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고, 반면 의사가 가장 꺼리는 것은 치료방법이 마땅찮고 빈약한데 있을 것이다. 당시의 ‘외찌’는 아마 허준의 일침이면 바로 소생했을듯하다.

또 몇 십 년 후 얼음인간 ‘외찌’의 연구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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