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달이라면
나는 달빛을 감싸고 있는 달무리가 되고 싶고
네가 별이라면
나는 너의 쉼터가 될 은하수가 되고
네가 한 그루 나무라면
나는 너를 감싸 안는 숲이 되고 싶다
네가 뿌린 숱한 웃음 뒤에 떨어진 우수 속에
그리움 하나 주었으면 했는데
변심한 건 네가 아니라
눈치 없는 내가 바보였구나
차라리 네 사랑을 훔쳐
푸른 바다에 던지면
네가 직녀가 되고, 내가 견우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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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 출생. 한국외국어대학 정외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71년 서울신문 기자, 한국방송공사 제1기 PD, MBC 기획특집부장, SBS 라디오국장, 세종문화회관 이사 역임. 한국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회원. 시집「지천명에도 사랑이 흔들린다」(1999) 등 다수 있음.
현재 프리랜서 PD.
박건삼 시인의 이 시를 읽노라면 문득 `해동가요’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내 사랑 남 주지 말고 남의 사랑을 탐치 마소 / 우리의 두 사랑에 잡사랑 행여 섞일 세라’ - 사랑을 사전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신과 인간 사이 믿음을, 세속적인 의미에선 남녀 간의 정을 뜻한다.
이 시인의 사랑은 `네가 한 그루 나무라면 / 나는 너를 감싸 안는 숲’으로 표현된다. 나무와 숲, 숲과 나무를 두고 그 어느 것이 더 소중하고 주체인지를 가릴 수 없고, 또 가려지지 않는 것이 사랑인가 보다.
이일기 (시인 ·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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