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 어느날 연극이 내게 말을 걸었다
34살, 어느날 연극이 내게 말을 걸었다
  • 윤주민
  • 승인 2017.07.12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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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처용’ 소속 배 철 용
늦은 시작 만회하려 남보다 두 배 노력
“연기만 하며 살고 싶어” 소박한 바람
배우-배철용
극단 ‘처용’ 소속 배우 배철용씨.
막연한 바람. TV와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등장하는 연예인의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는 직업, 바로 배우였다.

그렇게 배우 배철용은 34세 늦은 나이로 연극판에 뛰어 들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누구나 한 번쯤 살면서 상상의 날개를 펼치잖아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런 생각이요…. 그냥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러던 어느 날 한 TV 토크쇼에 나온 이성민씨가 대구에서 연극을 했었다고 말했어요. 그때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지금 있는 극단 ‘처용’의 성석배 대표와 통화를 하게 됐죠.”

실제 배 배우는 인생의 서른 네해가 지나도록 연극을 접해본 적이 없는 이른바 ‘연알못’(연극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꿈을 실천으로 옮기면서 벌써 3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

생뚱맞게 시작한 연극인의 꿈이기에 그의 삶은 치열함의 연속이다. 하지만 열심히 사는 그에게도 고민은 있기 마련. 어린 시절부터 실력을 길러 온 연극인들과 달리 기본적인 연극 지식이 없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기초도 없이 시작한 연극이라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맡은 배역을 소화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싫기도 하고, 연극 전공이 아니다보니 한 번에 알아들어야 할 말도 두 세 번 이상 되묻게 되죠. 대표님이나 선배, 동료들이 애를 많이 먹습니다.”

소박한 얼굴 만큼이나 착한 성격도 문제였다. 이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여러 차례 일어났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스트레스로 돌아왔다. 한 번은 선배가 배 배우를 불러다 놓고 1시간 동안 화를 내며 다그쳤지만 결국 두 손 두 발을 들었다고 한다. 화를 내야 하는 역할임에도 불구, 도저히 감정을 끌어낼 수 없었던 것.

이 일로 절치부심, 연습량을 두 배로 늘리는 등 갖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자신을 질타하며 이어온 3년의 성실한 연극생활은 그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모든 연극인이 그러하듯 배철용도 스크린에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친구와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냥 연기만 하면서 살고 싶다고요. 거창한 꿈일 수도 있지만 모든 연극인이 그렇잖아요. 영화나 드라마, 연극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런 꿈 말이에요. 바람이 너무 큰가요? 하하.”

인터뷰 말미, 그는 “공연이 끝난 뒤 텅 빈 무대를 보며 느끼는 만감이 좋다”고 했다. 3년전 대덕문화전당에서 열린 ‘꽃마차는 달린다’에서 맡은 첫 배역 사진사. 그때 그 환희와 설렘, 후회와 아쉬움의 감정이 오늘도 그를 달리게 한다.

올해로 만 36세에 접어든 배철용, 불혹의 나이땐 어떤 연륜미 넘치는 무대로 관객을 사로잡을까. 그날이 사뭇 궁금해진다. 윤주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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