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야 할 곳이 어디쯤인지
벅찬 가슴들 열어 당도해야 할 먼 그곳이
어디쯤인지 잘 보이는 길이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가로막는 벼랑과 비바람에서도
물러설 수 없었던 우리
가도 가도 끝없는 가시덤불 헤치며
찢겨지고 피흘렸던 우리
이리저리 헤매다가 떠돌다가
우리 힘으로 다시 찾은 우리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는 길 힘겨워 우리 허파 헉헉거려도
가쁜 숨 몰아쉬며 잠시 쳐다보는 우리 하늘
서럽도록 푸른 자유
마음이 먼저 날아가서 산 넘어 축지법!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이제부터가 큰 사랑 만나러 가는 길이다
더 어려운 바위 벼랑과 비바람 맞을지라도
더 안 보이는 안개에 묻힐지라도
우리가 어찌 우리를 그만둘 수 있겠는가
우리 앞이 모두 길인 것을.
◇이성부=광주고 재학 시절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이성부 시집>(1969), <우리들의 양식>(1974),
<백제행>(1977), <평야>(1982), <야간 산행>(1996)
<감상> 사람이 사는 세상이기에 길은 있게 마련이다. 곧은 길, 구부러진 길 어떤 길이든 누구에게나 주어지게 마련인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길을 걸어가느냐는 그 사람의 몫이 된다. 우리는 다양한 삶의 고난과 위기 그리고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그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음미하며 걸어가는 여행이라고 하지 않던가. 다행히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이기 때문에 외롭지 않은 인생길이라 좋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오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