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허공에 태어나
수많은 촉수를 뻗어 휘젓는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서 불이 될
온몸을 태워서
찬란한 한 점의 섬광이 될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빛깔이 없어 보이지 않고
모형이 없어 만져지지 않아
서럽게 떠도는 사랑이여,
무엇으로든 태어나기 위하여
선명한 모형을 빚어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서 불이 되어라.
◇문효치=1966년 한국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연기 속에 서서> <남내리 엽서> <왕인의 엽서>
PEN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감상> 문효치 시인의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서 불이 되어라’ 마지막 구절처럼 어쩌면 불보다 더 뜨거운 사랑은 어디든 닿기만 해도 더 강력한 새 생명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누구든지 말릴 수도 방해 할 수도 없는 것이 불타는 사랑이 아닐까? 이제 계란 후라이도 삽시간에 만들 수 있는 아스팔트처럼 뜨거운 한여름이다, 에어컨 앞에만 서성이지 말고 우리 모두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하자. 그리고 불같은 한여름, 시인의 시처럼 선명한 모형을 빚어 용광로도 녹일 한 톨의 뜨거운 불이 되자.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