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에서
눈뜨는 새봄
개짓는 소리들
길찾아
멀리
사라져간다
천신天神이 없는 시대
온세상
가혹하게
지신地神들만
눈부시다
오늘도
눈먼 태양
하나 새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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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제주시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77년『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제주 바다」(1978)「수평선을 바라보며」(1979) 등 다수 있음.
시인의 겨울 숲은 어둠의 숲이 아닌 눈속에 `눈뜨는 새봄’의 현장이다. 그런 새로운 길의 열림은 `닭이 운다’는 신호음보다 더욱 강력한 `개짓는 소리들’로 멀리까지 들린다.
현대사회를 산업사회라 한다. 산업사회는 곧 다원화사회며 나아가 다신교多神敎 사회이기도 하다. 이 같은 사회 현상의 한 특징은 천신보다 지신地神들이 눈부신 이른바 물신시대物神時代를 초래하고 있다. 그런 물신시대의 숲속 태양도 새하얗게 눈먼 채 있는가 싶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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