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보험의 민낯
민간의료보험의 민낯
  • 승인 2017.07.2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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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용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몇 년 전 악성종양으로 판정받은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당시 남편의 사업부진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오던 터였지만, 그 당시 동생에게 위안이 되었던 것은 그때까지 열심히 넣어왔던 실손 보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차일피일 지급을 거부하던 보험회사에서 사전 고지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보험계약을 해지시켜 버린 것이다.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동생의 입장에서는 아마도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을 것이고, 피붙이인 오빠에게 전후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동생의 상황이 치료를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달려가 병원 측에 서류를 작성하고 치료를 시작했지만 이후에도 실손 보험사에 대한 원망은 지금까지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이 되어있고, 많은 수가 민간의료보험에 중복 가입되어 있다.

물론 국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의 의료보장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의 수준으로 본다면 세계최고 레벨임에는 틀림이 없고, 이는 지난 미국의 영부인이었던 ‘미셸 오바마’도 극찬한 제도가 바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다.

여기에 의사들의 수익을 20년이 넘도록 거의 제자리걸음으로 묶어두었던 정부조직의 경직성이 일조를 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의사들은 건강보험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비급여 진료를 대표하는 것들이 신기술 영역과 건강보험에 해당되지 않는 미용, 성형분야 들이다.

그래서 의료의 근간인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의 지원은 미달이 되고,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의사가 되기 위해 몇 년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들은 비급여 진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손 보험을 들게 되었고, 지금 우리나라는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과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사적의료보험의 양대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가 되어버렸다.

실손 보험사들은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진료비에 대해서는 지급을 하지 않도록 아예 약관에다 명시하기도 한다.

국민들은 그리 크지 않은 의료비용에 대해서는 가정경제에 큰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암이나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상당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실손 보험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실손 보험측이 2016년 일부의료기관 및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로 손해율이 137%까지 올랐다고 주장하면서 보험료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손해율 보전과 국제금리를 핑계 삼아 2015년 20%, 2016년 30%로 매년 보험금을 올리고 있지만, 2015년 보험사들의 순 이익은 6조 3000억 원 이었다.

또 하나 고려할 점은 정부가 보장성강화를 외치며 비급여 의료비를 건강보험에 편입시키는 영역이 공교롭게도 실손 보험의 지급영역과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도 불편한 진실임에 틀림이 없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의 말을 빌리면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보험사에 명확한 반사이익을 주었고, 1조 5000천억을 건강보험이 대신 내주는 것으로 추계 된다”고 밝혔다.

실손 보험사들은 낮은 금액의 진료비는 약관이라는 이름으로 지불자체의 소지를 없애고, 높은 금액의 진료비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로 보전을 받으면서, 6조 3000억 원이라는 경이적인 영업이익을 내었는데, 국민들과 의사들에게는 도덕적 해이라고 몰아붙이는 상황은 의료인의 일원으로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와중에 실손 보험은 국민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드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2016년 6월 24일 건강세상네트워크가 ‘민간의료보험의 실태와 문제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포럼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김경례 한국소비자원 의료팀장은 “보험사들이 사례를 기계적으로 해석해 가능한 지급을 안 하려고 한다”고 주장하면서, “20년 전 비 활동성 B형 간염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보험금 지급거절 및 계약해지를 시킨 사례가 있고, 보험사는 과거 차트를 다 뒤져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정부가 눈치만 보느라 제대로 된 건강보험의 수가와 보험료 인상을 외면한 사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이미 큰 집을 지어버린 민간의료보험을 지금이라도 빨리 합리적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의 붕괴는 더 빨리 가속화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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