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세모는
살찌는 나무 그늘
아픔이 달고
미움이 어여뻐
내 눈물 다 풀어
용서의 베를 짜면
설움이 풍족하고
이별이 익숙하고
사랑이 담담한 날들
친구여
내 빛부신 친구여
올해의 세모는
이리 고소한 바람으로
살찌는 나무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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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생. 연세대학교 졸업. 1959년『현대문학』추천을 통해 등단. 이 시인의 시에 대해 원로 여류시인 박정희(朴貞姬) 교수는 `그는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치장하거나 변명하지 않는 지극히 직선적으로 실토하고 표현하는 한국여성 시인으로서 독특한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말한바 있다.
이 시인은 1970년대 후반 일본으로 건너가 현재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교포 시인이기도 하다. `내 눈물 다 풀어 / 용서의 베를 짜면’ 무슨 빛깔 무늬의 천이될까. 그것은 `고소한 바람으로 / 살찌는 나무 그늘’의 아픔과 미움이 달고 어여쁜 그런 심상의 그늘이 아닐까.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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