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독한 운동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남루한 탈을 벗고
쓰러지고 싶다
품계 밖 저만치 서서
물구나무라도 서고 싶다.
죽어도 눈감지 못할
그리움 하나 때문에
한 벌뿐인 목숨을
감아온 마디마디
이제는 문밖에 서서
가슴으로만 돌고 싶다.
풀리는 태엽으로
하루를 보내며
헛짚어 온 세월을
다시 털어 내면서
참된 내 자리에 와서
맷돌이 되고 싶다.
▷전북 고창 출생. 서울대 사대, 고려대 교육대를 거쳐 세종대 박사과정 졸업(문학박사). 1973년『중앙일보』(동시), 1976년『한국일보』신춘문예(시조).『시문학』시 천료로 등단. 광주광역시 시민대상(예술부문) 등 수상. 광주교대 대학원장 역임. 현제 광주교대 교수 및 광주광역시 교육위원회 의장.
전원범 시인의 시를 읽노라면 인간이 지닌 이성적 원형을 새삼 보게 된다. 2005년에 발표해 주목을 끌었던 시 `못’ 1·2는 인간이 지닌 이성의 냉철함에 놀라게 된다. 마당에 떨어져 있는 한 개의 못이 `어디엔가 박혀서 / 제 몫을 해야 할 놈이 / 흙바닥에 누워 무용지물이 되어’ `일탈과 고독 / 녹슬어 가는 저 슬픔’을 주시하고 있는 화자의 투시력은 못끝보다 날카롭다.
시인의 시 `못’을 여기 원용함은 작품 `팽이’가 지니고 있는 시인의 시적 바탕이 `못’과 같은 냉철한 이성의 발현인 데서 거듭 들추어 본 것이다. 팽이는 화자만의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위선과 모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 본래의 인성에 대한 자기 독백이요 고백이기도 하다. 팽이는 일어서 돌고 있는데 그 삶 즉 생명력이 있다.
그런 팽이가 돌고 도는 운동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 남루한 탈을 벗고 / 쓰러지고 싶다’함은 현실이 갖고 있는 부조리와 모순에 항변하고 있다. 그런 항변은 `헛짚어 온 세월을’ 털어버리고 `참된 내 자리에 와서’ 가속도를 요구받는 현실에서 벗어나 더디긴 하나 안정돼 있는 `맷돌이 되고 싶다’는 이성적 분별을 우리는 이 `팽이’를 통해서 읽을 수 있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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